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소위 말하는 ‘야알못’이다. ‘야구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주변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야구 얘기를 할 때면, 적당히 주워들은 지식들로 적당히 끼어들며 아는 척을 할 정도는 된다. 하지만 야구계에서 ‘10번 타자’가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전혀 몰랐다. 그래서 눈길을 끄는 새빨간 색의 <오늘의 10번 타자> 표지 속에서 응원용 막대풍선을 야구방망이처럼 휘두르는 자세를 취한 남자아이를 보며, 작년 겨울 즘에 읽었던 <플레이 볼>처럼 이 책도 야구를 하는 어린이들에 대한 이야기인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 ‘뭔가 내 생각과 다른데’하며 이야기를 모두 읽고, ‘작가의 말’까지 읽고 나서야 검색을 해 보니 ‘10번 타자’는 야구팬들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한국시리즈 진출팀을 가리는 썬더스와 드래건스의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의 이야기이다. 경기가 진행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 회에 단편 한 편씩을 배치한 구성이 인상적이었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제목 아래의 전광판 그림을 통해 야구 경기의 진행을 알 수 있게 한 부분도 재미있었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인 어린이는 친구와, 가족들과, 또는 지하철에서 만난 수상한 할아버지와 함께 야구를 관람하며 의미 있는 추억을 쌓는다. 이야기 한 편 한 편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사건은 심각하지 않고, 갈등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된다. 몇몇 이야기는 갈등이 풀리는 부분을 읽으며 실소가 나온 부분도 있을 정도다.
다만 이런 점이, 만화풍의 삽화와 함께 어우러져 마음에 걸리는 것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위에서 말했듯 나는 ‘야알못’이지만 작가의 말 속 ‘빗맞은 안타처럼 내달리는 10번 타자’였던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직관의 경험을 떠올리며 훈훈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