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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세기 초반의 비행사 ‘어밀리아 에어하트’의 생애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기록한 책이다. 어린이 도서 브랜드에서 나온 책인 만큼 분량이 적고(60페이지 정도이다), 글밥 또한 많지 않다. 그렇지만 에어하트가 생전에 했던 활동과, 그 활동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또 에어하트 스스로가 자신의 활동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였는지 작가의 글과 에어하트의 어록을 통해 잘 설명되어 있다.
책의 표지를 처음 보았을 때 ‘위인전답지 않게 산뜻하네’라는 생각을 했다. 으레 위인전이라고 하면 위인의 이름과 사진이 표지에 커다랗게 박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표지와 일러스트가 하늘색과 녹색, 개나리색, 짙은 갈색으로 이루어져 색감이 좋다.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표지 디자인으로만 보면 어른이 갖고 다니며 읽어도 될 정도로 세련되었다. 종이를 만져 보니 종이 질도 부드럽다.
책의 판권면을 살펴보니 <Little Guides to Great Lives>라는 외국의 시리즈를 번역한 책이다. 그렇지만 번역한 책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번역이 잘 되어 있다. 대상 독자가 어린이이기 때문에 쉬운 단어를 쓰려고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어려운 단어를 써야 하는 상황도 있다. 그런 어려운 단어들은 책 맨 뒤에 간단히 설명이 되어 있어서 번역자와 출판사가 신경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밀리아 에어하트에 대해서는 언젠가 어렴풋이 이런 여자 비행사가 있었다더라 하는 식으로 들은 적이 있다. 흥미 위주의 이야기로 들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결말이 극적인 인물인데다 초기 여자 비행사라는 것만으로 과대평가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에어하트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읽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짧긴 하지만 읽으면서 어떻게 비행사의 꿈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충분히 기록되어 있었다. 특히 비행 교육을 받고 자신의 비행기를 사려고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돈을 모았다는 부분을 통해 꿈을 이루기 위해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린이 도서이긴 하지만 디자인 면에서, 또 잘 정리된 내용 면에서 ‘위인전’이라기보다는 ‘기억할 만한 인물을 기록한 책’으로 어른도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