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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의 서재
  • 내 남편을 팝니다
  • 고요한
  • 15,120원 (10%840)
  • 2025-12-15
  • : 2,865



📖 “당신을 팔아서 위자료 본전을 뽑아야겠어.” 이 문장을 처음 읽는 순간, 웃음이 나면서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2021년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부터 고요한 작가의 소설을 꾸준히 읽어왔다. 『사랑이 스테이크라니』 북토크에 참여해서 직접 만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의 세계관은 늘 이렇다. 지독하게 현실적인데, 설정만 보면 판타지 같다. 그런데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 이거... 우리 얘기네.


🥕 인간도 ‘당근’에 올릴 수 있을까? 『내 남편을 팝니다』는 결혼을 ‘사랑’이 아니라 정산의 문제로 뒤집는다. 낡은 장롱도 당근에 올리면 돈이 된다. 하지만 폐기장에 버리려면 오히려 비용을 내야 한다. 주인공 해리는 사기로 재산을 날리고 직장을 잃은 남편 김마틴을 폐기하지 않고, 파김치를 너무 맛있게 잘 만드는 남편을 경매에 올린다. 이 설정이 웃긴 이유는 비현실적이어서가 아니라, 너무 자본주의적으로 정확하기 때문이다.


📖 “싸우지 말고 사이좋은 부부처럼 협조해. 당신이 멋진 남자로 포장되어야 비싸게 팔릴 것 아냐.” (15쪽) 이 대사는 웃기지만, 그냥 웃고 넘기기 어렵다. 사랑의 연기, 화목한 부부의 연출, 다정한 태도까지도 이제는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거래 가치를 높이는 데 필요한 요소가 된다. 이 순간, 결혼은 더 이상 성역이 아니다. 손익계산서 위에 올라간 하나의 계약이 된다.


❤️ 우리는 무엇을 사고파는가? 경매에 참여하는 여자들의 사연은 제각각이다. 누군가에겐 요양 보호사가 필요하고, 누군가에겐 잊지 못한 첫사랑의 대역이 필요하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그들은 모두 ‘사랑’을 말하지만, 실은 자신의 결핍을 메워줄 무언가를 사고 싶어 한다. 고요한 작가는 묻는다. 우리가 사랑이라 믿어온 감정은 과연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지하는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나에게 필요한 기능을 수행해 줄 대상을 조금 더 아름다운 말로 포장해 온 것은 아닐까. 외피는 코믹하지만, 알맹이는 지독하게 서늘한 소설. 『내 남편을 팝니다』는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해 우리 시대의 결혼, 사랑, 인간관계의 민낯을 정확히 겨눈다. 읽고 나면 웃음은 사라지고, 질문이 남는다. 지금 내가 맺고 있는 관계는 사랑일까, 아니면 거래일까. 고요한 소설은 늘 그 질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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