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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
  • 욕구들
  • 캐럴라인 냅
  • 16,200원 (10%900)
  • 2021-05-17
  • : 5,675

손에 든 음식이 몇 백의 칼로리로 치환되는 환영을 본 적이 있다. 거울 속 내 모습 또한 숫자로 치환된다. 태어난 이상 피할 수 없는 계산들이다.


'캐럴라인 냅'의 <욕구들>에서는 우리의 몸을 새로운 방식으로 정의한다.


어디까지 몸에 대한 이 숫자들이 이어질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내 몸에 새겨진 숫자가 있다는 것만은 경계하며 인식한다. 그러니까 더는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숫자에 대해서. 몸에 대해서. 욕구에 대해서. 우린 잘못되지 않았으니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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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그 원칙을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그건 바로 사이즈가 중요하다는 것이고, 사이즈(식사량, 신체 사이즈, 욕망 자체의 크기)를 통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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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이미지들이 진정으로 얼마나 여자들을 소외시키는지, 몸에 대한 확신뿐 아니라 진실에 대한 확신까지 얼마나 강력하게 훼손하는지 이해하기까지 여러 해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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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위가 하나하나 따로 떼어져 평가되고 비교되며, 각각의 결점은 기괴할 정도로 확대되어 인지되고, 각 부분들 하나하나가 그것들의 총합보다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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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텍스트인 몸의 완벽한 예다. 글자 그대로 피부에 새긴 절망이며, 메스로 새긴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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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볼 때, 육체적 건강과 정서적 안녕을 나누는 선들은 어디에 위치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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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잡고 앉아서 자기가 인생에서 정말로 원하는 것들의 목록을 작성해보았는데, 너무나 놀랍게도 그중 대부분이 이미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이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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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새로운 방식으로 정의하는 것은 가슴 아플 정도로 복잡하고 힘겨운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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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증은 기본적으로 부인하는ㅡ배고픔을 부인하고, 고통을 부인하고, 감정을 부인하는ㅡ상태이지만, 그 부인에는 아주 자주 균열이 생기고, 그러면 전력으로 닥쳐오는 허기의 위세를, 허함과 절망의 깊이를, 그 아픔의 막대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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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결국 욕구의 이야기는 공허를 메우려는 모든 실패한 시도들이 다른 시도로, 다시 또 다른 시도로 이어지는 대체의 이야기 혹은 연쇄적 대체의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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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모든 허기에 항상 붙어 있는 상수이며,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노력 뒤에 자리한 필요와 간절함의 끊임없는 박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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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는 열망의 어떤 내적인 회로로 들어가거나 이 길 혹은 저 길로 노선을 정해 수많은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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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우리의 빈 곳을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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