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여행 내 마음은 홍콩홍콩
홍콩은 동시대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이면서 동시에 추억이란 단어로 불리고 있다. 이 상극으로 내달리는 두 단어의 콜라보. 추억(?) 속 홍콩 영화의 장소를 찾아 지금의 홍콩으로 떠나는 여행은 그래서 흥미롭다. 손에 잡히는 귀엽고 통통한 책은 가이드북으로 들고다니기 썩 괜찮다. 저스트 고 시리즈처럼 상세한 지도 정보가 첨부된 것은 아니지만 그 장소에 가보고 싶다는 열망을 하나의 수행하고 싶은 미션으로 만드는 능동적인 책이다.
그런데 안을 열어보면 또 가이드북 이상의 수준 높은 홍콩 영화에 대한 글이 나온다. 연대기로 구분한 차례 구성은 당연히 아니지만, 이 책을 종으로 횡으로 이쪽저쪽 관심 있는 영화나 지역별로 찾아서 읽다보면 홍콩 영화만의 분위기와 계보도가 그려진다.
이 책이 이렇게 특색이 가득한 이유는, 깜찍한 위장 덕분이다.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은 여행 가이드북의 포장지를 쓰고 있지만 지난 수년간 강호의 의리와 홍콩 도시 남녀의 쿨 하거나 현학적인 사랑을 알려준 한 영화기자의 집념어린 추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찾아 나선 홍콩영화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씨네21>의 주성철 기자의 주성치스러운 감성이 묻어난다. 자못 비장한 가운데 진지하게 알려주고 싶은 눈빛으로 피식 거릴 문장을 이리저리 풀어낸 그이지만, 그 아이러니에서 오히려 숭고함이 느껴진다.
영화와 여행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완벽한 사냥. 홍콩영화가 주는 추억어린 편린과 그 시절의 향수에 빠져 있다 보면 여러 시간의 흔적이 묻어 있는 지금의 홍콩이 보인다.『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은 홍콩을 여행하는 새로운 여행법을 제시한다. 홍콩 영화 전문가이기에 앞서 지극한 홍콩 영화 팬보이인 저자가 담아낸 애정 어린 이야기들은 홍콩 영화에 대한 매혹과 지금 현재 오늘날의 홍콩의 모습을 매끄럽게 연결 짓는다. 우리 관심사에서 밀려난 중화권 홍콩 영화의 흐름을 여전히 짚어가며 영화를 통해 홍콩의 문화를 보여주고 여행자들을 묶는다. 새로운 홍콩의 모습, 가장 홍콩다운 홍콩을 느끼기. 이 책은 관광만이 아닌 홍콩인들의 생활 속에 들어갈 수 있는 안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