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바라나시는 과연 그런 공간일까. 내가 가도 그렇게 빠져들 수 있을까. 이 책에 빠졌다가 순간 방어적으로 의심을 하게 된다. 20대의 청춘을 노래하는 여행 에세이들과는 다른 무게와 깊이가 느껴지는 글들은 사진과 잘 어울린다. 사진을 하는 이가 사람을 보는 법을 배웠다. 생각을 하게하고 그 생각은 철학이 아닌 어떤 깨달음을 낳는다. 저자의 여행법은 우리가 익히 아는 인도의 영험함에 압도되거나 동경에 사로잡힌 것이 아니었다. 그의 여행은 잠시 멈추고, 숨을 쉬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의 위생관념과 편히 쉬다 오는 관광의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바라나시가 매혹적으로 다가올 리 없다. 그런데 저자는 언제부터 다른 차원의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저마다 자신의 방식과 신앙으로 사는 사람들과 짜이 한 잔을 나누면 그 대화가 선문답이 되었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그에게는 선생님이었고, 돌고 돈 긴 세월 끝에 사진가가 되기로 결심한 그가 바라나시에서 겪은 경험은 그를 사진이 아니면 안 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사진을 찍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그 피사체를 어떻게든 카메라를 통해 대화하고, 또 찍는 다는 행위를 통해 보듬고자 한다. 그것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도 말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사진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한 장 한 장의 사진이 바라나시의 매혹을 보여준다. 곳곳에 들어간 화보는 이 책과 여행이 말하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숨을 쉴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한다. 아니 그 이상의 감흥을 전달한다. 이보다 더 바라나시의 풍경과 이야기를 전해주기는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