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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wivern님의 서재
  • 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
  • 케빈 마이클 코널리
  • 11,700원 (10%650)
  • 2010-06-21
  • : 78

내 스스로 변하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류의 수많은 지침과 격언들, 긍정의 힘이 진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듣고 나면 맥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무슨 물리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상황 자체가 즉자적으로 변화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보통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고 나면 대부분은 그래.. 내가 변해야지라고 생각하다 며칠 안 가서 잊어버리거나.... 사실 달라지는 게 없잖아. 하나마나한 소리다. 다 뻥이었다. 그게 뭐냐..... 이렇게 냉소를 던지거나 둘 중 하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도 긍정의 힘을 희망으로 노래하는 책 중 한 권이다. 허나 긍정의 힘은 이렇게 해보아라가 아닌, 선천성 장애를 안고 살면서 겪었던 저자의 여러 경험들이 담담하게 펼쳐질 때 나타난다. 시련이 멈추지 않고 계속 닥쳐올 것임에도 다시 인생이란 일상 앞에 서겠다는 다짐도 담겨 있다. 극적인 운명, 인생을 변화시킨 여행, 그리고 일상이 하나가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읽어왔던 그 어떤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보다도 막강하고 솔직하다.

저자인 케빈은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없이 태어났다. 다리가 없다는 이유로 태어난 순간부터 다른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으며 자란 그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보스니아, 아이슬란드, 우크라이나, 체코, 뉴질랜드 등 세계 17개국 이상을 여행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사진으로 찍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사진 프로젝트가 <롤링 전시회>에 소개되면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이 사진 속에는 다리가 없는 한 남자가 23년 동안 마주한 특별한 시선이 담겨 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과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공존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 똑같은 것을 바라보는 것 같더라도 각자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와 세상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시선을 관찰하고, 그 렌즈를 다시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게 한다. 
 케빈은 ‘다리'가 없을 뿐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고,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레슬링도 배우고, 스키 선수로 활동한다. 그리고 여행을 떠난다.
 허나 이렇게 용감했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애써 외면하거나 못 본 척 해왔지만 누군가의 특별한 시선을 받는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괴로움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제 덮어두기만 할 것이 아니라 아예 정면으로 마주한다. 불완전한 신체를 가진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케빈은 이 작업을 하며 한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케빈이 세계 17개국 이상을 돌며 33,000장 이상의 사진을 계속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세상과 눈빛을 주고받으면서 자신의 삶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친 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지켜봐주느라 눈이 멀어버린 아버지,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에도 <X게임>에서 받은 상금으로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격려해준 어머니, 다리가 없다는 사실에 신경 쓰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들을 죄다 해보게 시켰던 스키 강사 벅, 만남에 설레고 이별에 아파하는 남들이 하는 평범하고 예쁜 사랑을 선물해준 자유롭고 유쾌한 여자친구 베스…… 그들이 빚어낸 ‘나라는 존재’ 앞에서 케빈은 한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를 혐오스럽거나 불편하게 바라본 시선 한 편에는 세상 그 누구보다 따뜻한 시선이 있었단 사실. 케빈 스스로 대단한 깨우침을 얻은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 시선, 세상이 케빈을 만들어왔음을 알아챈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케빈에게 반드시 물어봐야 할 질문은 “너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가 아니라 “너는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거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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