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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쓰의 서재
  • 작은 자비들
  • 데니스 루헤인
  • 16,200원 (10%900)
  • 2024-11-20
  • : 3,335
p175 - 흑인 아이 네 명이 백인 아이 한 명을 열차가 지나는 곳으로 몰았다면 사형을 받을 것이다. 탄원서를 제출한다 해도 잘 받아 봤자 최소 20년형이다. 하지만 어기 윌리엄슨을 열차로 몬 아이들은 5년형 이상 받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끽해야 그렇다.

최근 몇년 동안 한 권의 소설을 일주일 동안 잡고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없다. 단언하거니와 없다. #내란계엄

소설의 '자비'는 우리 안에 있는 동정으로나마 남아있는 최소한의 양심, 혹은 그 작은 자비마저 용납될 수 없는 혐오와 차별을 연료삼아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고 생각했다.

소설은 딸을 잃은 백인 싱글맘이자 딸의 복수를 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메리 패트의 내면을 그려가며 진행 된다.

이 소설은 1974년 여름의 보스턴, 흑인 지역 학교와 백인 지역 학교의 학생을 일제 교환하라는 법원의 결정으로 한창 시위가 벌어지는 '사우디'를 배경으로 한다.

파산을 직면한 싱글맘 메리는 딸이 귀가하지 않아 심난한 하루를 보내던 중 회사의 유일한 흑인 동료인 드리미가 출근하지 않은 것을 알게된다.

메리 패트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딸의 실종, 죽음에서 비롯된 분노의 한편에는 딸의 일행이 몰이를 하다 죽인 흑인 청년 어기에 대한 죄책감과 차별을 자연스레 일상화한 세상을 향한 의심이 사라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

잘 쓴 소설은 자신의 알레고리가 단지 작가의 착상에만 머무르지 않고 멀리 멀리 씨앗을 퍼트린다.

p176 - 국(동남아인에 대한 멸칭)이라고 불러라. 깜둥이라고 불러라, 카이크(유대인), 믹(아일랜드인), 스픽(스페인계), 웝(이탈리아인), 개구리(프랑스인)라고 불러라. 떠올릴 때 인간의 존엄성을 한꺼풀 벗겨 내는 명칭이라면 뭐든 상관없다. 그게 목표다. 그런 일을 시킬 수 있게 된다면, 당신은 아이들더러 바다를 건너가 다른 아이들을 죽이라고 시킬 수도 있다.

종북, 반국가, 빨갱이... 일주일 전 그들은 한 명, 한 명의 이름모를 시민들에게 사형수에게 씌우던 두건을 씌우려 했다.

저 문장을 옮기는 지금도 눈가가 물속으로 잠기는 듯하다.

고통스런 과거의 터널을 뚫고 또다른 차원의 인간으로 우리를 몰아간 작가의 시상식을 축하하기만 해도 부족한 한 주를 이렇게 보내는 것이 아쉽지만... 이젠 뼈에 새길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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