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펠수사시리즈 여섯번째 이야기는 슈루즈베리의 수도원이 아닌 겨울의 브롬필드 수도원을 거점으로 펼쳐진다.
왕과 황후가 대립하는 내전 상황에서 수도원을 향해 피난 중이던 위고냉 남작가의 남매가 실종된다. 이들과 함께 있던 힐라리아 수녀와 함께.
피난을 돕다가 강도의 습격으로 부상을 당한 엘리아스 신부를 보살피기 위해 출장 나온 캐드펠은 수색에 참여해 둘째 이브를 찾아 돌아오는 길에 냇가에서 얼음덩이와 함께 얼어붙어 버려진 젊은 여성의 시신을 발견한다.
미스터리로 읽다보니 잠깐 잊고 있었는데, 이 시리즈는 내내 내전 상황 중이었고 외곽인 슈롭셔는 비교적 평화로워 보일 뿐이었던 것이다.
위험을 자초하는 정부 덕에 이 소설 속 '난리'가 전보다 훨씬 더 와닿는다.
주거지가 위험에 처해 피난길에 올랐다가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조력자가 살해당하고, 성범죄에 노출되고, 무력감에 정신을 놓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연이은 부상자들의 처치를 하는 캐드펠의 모습을 통해 쓸모있는 응급처치 지식을 얻는 건 덤이지만... 전쟁이 가져오는 생활의 파산 자체가 긴장감을 주는 이야기였다.
결론은 사건의 해결과 모종의 희망을 암시하며 끝나지만 이미 깨지고 망가진 삶들의 부스러기가 잔해가 되어 여기저기서 밟힌다.
다소 기독교 친화적인 소설이지만 신의 공백을 발견하게 되는 사건들 속에서 성경적 경구가 등장할 때마다 종교적 무력감은 더 강조된다.
특히 표지의 눈 그림은 이 소설의 이중적인 시선, 혹은 모순적인 면 등을 다양하게 변주하는데, 언제 한 번 펼쳐놓고 보고 싶다.
하나 더 말한다면,
캐드펠 수사가 30년 전 참전했던 십자군 전쟁에서 사생아를 만들고 떠난 이야기를 반복해서 미화하는 듯한 장면들은 아쉽다. 기분만 내고 튄 캐드펠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생고생을 겪은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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