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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쓰의 서재
  •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 15,120원 (10%840)
  • 2024-01-29
  • : 8,065


물살이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여섯편의 단편들로 이어진 연작집이다. 대학 강사인 '나'와 대학에서 농성중인 '위원장'이 만나는 첫 수록작 <문어>의 끝에서 둘은 연인이 되고 결혼한다.


대학 강사인 정보라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 시위와 선전전, 결혼과 가족, 간병과 환경문제에 검은 옷을 입은 검은덩어리인 '해양정보과'라는 SF적인 조직이 추가된다.

갑작스레 나타난 문어를 끓여먹은 위원장에게 놀란 주인공의 농성장에 검은 옷이 등장해서 이 둘을 연행하고, 죽도시장에서 말(러시아어)하는 대게 '예브게니'를 발견한 저자(러시아어 전공자다)를 끌고간다. 이후의 단편에선 암이 재발한 남편(위원장)의 건강 걱정에 포항 죽도시장에서 사이비 약품 제조업자를 찾은 '나' 앞에 다시 나타나더니, 구룡포를 방문하고 고속버스를 타는 부부 앞에 또 나타난다.

유머가 느껴지는 설정이다.

(뜬금없이 자꾸 등장하는 검은덩어리의 정체 이전부터) 말하는 대게(대나무와 게의 합성어다) 예브게니를 시작으로 물살이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의미를 전할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의 언어가 아니더라도 호소를 들을 수 있다면 존재의 무게는 확실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것이 언어라면 좋겠지만 생태의 차이와 존재의 방식 그 자체가 주는 생태계 동료로서 화음을 이루는 것. 비록 먹고 살기 위한 인간의 목소리에 또다른 인간이 마땅한 존중을 취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을지라도 가져야 할 태도.


우연찮게도 대형마트 격주 휴무조차도, 기업의 수익 앞에서 노동자의 휴식권이 파산을 맞이하는 이때를 맞이해 공생의 당위성을 경험에 근거해서 나온 이 책의 무게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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