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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와 은행나무
초월자들의 로맨스
포도나무은행나무  2015/01/26 09:58
  • The Bloodthirsty Kid 세트 - 전2권
  • 달초하
  • 22,500원 (10%1,250)
  • 2014-12-30
  • : 64
인간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어떤 존재들에 대해 무한한 경의와 탐구를 품기 시작한 역사는 유구하다. 그리고 뱀파이어와 그의 신부에 대한 탐미도 그에 버금간다. 뱀파이어, 즉 흡혈을 하는 어떤 인간외적인 존재는 인간에게 있어 하염없는 공포감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뱀파이어가 그의 '신부'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하염없이 그 애정을 베푼다는 이중적인 면모는 상당한 로맨티즘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있다. 
운명적인 상대, 단 하나의 상대에게 유일무이한 대상이 되고 싶다는 로망은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당연하게 여기면서, 또한 언제나 바라는 희망사항일 것이다. 거기에 뱀파이어를 끼얹게 되면, 단 하나뿐인 상대에게서만 삶을 유지하기 위한 '양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상대가 사라질 때에는 그 자신도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공포를 이겨낸 사랑이라는 의미가 되며 상당히 로맨틱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라는 인간에게서나 통용되는 혼인서약의 멘트가 인간외적인 존재인 뱀파이어에게도 통용이 된다는 점은 꽤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의 요소가 아닌가.

뱀파이어는 이미 죽은 자이니 그들이 어떤 '생존'을 해나가는 것도 '삶'이라고 치고, 이미 죽은자들이니 죽음을 두려워할 것 같진 않지만 그들 역시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에 어떤 미련이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 


뱀파이어의 시조이며, 세상 그 무엇에도 감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권태흑이 그러했다. 그 기나긴 세월동안 무료함과 무감정함을 '버텨'내며 그저 '존재'만 할 뿐인 그의 눈앞에 나타난 아로마, 백은호. 뱀파이어들에게는 가차없고 잔혹한 부군인 권태흑이, 유일하게 백은호앞에서 쭈글해지는 모습이나 질투를 불태우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그리고 스킨십에 거부감이 강한 백은호에게 유일하게 닿아도 되는 존재가 권태흑이라는 부분은, 일견 신에게 바쳐진 제물과도 같은 느낌도 준다. 

소설상에 등장하는 '아로마' 라는 존재는 아마도, 신이 권태흑이라는 뱀파이어 시조를 용납했을 때, 그를 위해 안배한 마지막 선물 같은 것이지 않았을까.


백은호의 일인칭 시점으로 글이 시작되는데다가 백은호의 과거는 기억하지 못하는 백지같은 공간도 있어, 처음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사뭇 추리소설 같은 느낌도 주었다. 하지만 시점의 혼용과 그것의 구분이 좀 불명확한 부분에서는 좀 헤매게 만드는 부분도 있어 조금 아쉬운 느낌이다. 현재와 과거의 플래시백 효과를 노린, 적진에서 빠져나오는 장면은 예상한 것 이상의 카타르시스는 없었는데, 백은호가 너무 고생 안 하고 나와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조금 미니니름도 포함하자면, 백은호의 심적고생이 권태흑과 관련된 것보다 더한 가족사로 인한 것이라, 사실 권태흑과 관련된 과거사도 꽤 충격적일 수 있겠지만, 가족사가 더 크리티컬한 부분이 있어 상대적으로 약해진 느낌이다. 그런 부분이 권태흑과의 이른바 '연애'에 집중되지 못하게 하는 요소여서 이 소설 자체가 연애물이라기보다는 백은호 개인의 성장기와 과거 청산기로 보이며, 그렇기에 또 하나의 주인공인 권태흑이 살짝 조연스러운 느낌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투씬은 꽤 박진감 있었으며 설정도 상당한 짜임새를 자랑하고, 이야기의 전개는 흥미로우며 백은호는 강하고 권태흑은 더 강하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에게만 약하다. 그리고 인간외적인 존재의 인간외적인 로맨스에 세상은 구원받는다. 

먹이사슬 최상단에 위치한 포식자가 너무 포장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뭐 어떠랴. 인류는 본디 주인공 커플들이 행복을 위한 반석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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