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작별인사』는 이별을 다루지만, 그것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결별이 아닙니다. 작가는 ‘작별’을 인간과 세계, 인간과 자기 자신, 그리고 인간과 인간다움 사이에서 벌어지는 서서히, 그러나 피할 수 없는 단절의 순간으로 그립니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은 기억을 잃기도 하고, 스스로를 잃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자신의 감정을 덜어내고, 누군가는 감정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칩니다. 김영하는 차갑지만 투명한 문장으로 묻습니다. “우리가 지금이라 부르는 이 순간이, 어쩌면 이미 작별의 한 과정이라면?”
읽다 보면 『작별인사』는 오히려 ‘작별’보다는 ‘인사’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완전히 잊히기 전, 혹은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건네는 말 한마디. 그것은 슬픔과 고마움, 두려움과 안도가 섞인 복합적인 온도를 지닙니다.
결국 이 작품은 끝을 말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끝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독자는 책을 덮으며 알게 됩니다. 작별은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을 열기 위한 손잡이를 잡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