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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팅님의 서재
  • 소희의 방
  • 이금이
  • 12,150원 (10%670)
  • 2021-09-10
  • : 2,585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릴 땐 방이 필요 없었다. 그 공간의 목적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거실도 안방도 화장실도 놀이터였다. 뛰어놀고, 호기심을 풀 수만 있다면 되었다. 그러다 자아가 궁금해지는 시기가 되면 자기만의 방을 만들려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붙여두고, 내 물건을 내가 편안한 방식으로 배치한 내 방. 그곳에서 가장 편안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내가 된다.


소희의 방은 어떤 공간인가


여기서 말하는 ‘방’은 물리적 공간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욕망’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는 누구이고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를 질문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욕망하는 마음의 공간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자아에 대해 방황하기 시작하는 사춘기 아이의 이야기를 ‘방’으로 비유하여 풀어나간 이금이 작가님의 통찰에 감탄해마지않을 수 없었다.

이야기의 초반부터 소희는 새로운 방을 얻었다. 오롯이 소희 혼자 쓰는 방이라 한다. 하지만 소희는 이 방이 편치 않다. 왜냐하면...


소희의 방? 리나의 방?

소희는 재가한 엄마를 따라 이곳에 왔다. 소희가 머물기로 한 방은 엄마의 원가족 중 새아빠의 딸, 리나가 쓰던 방이라고 한다. 막내동생은 소희를 잘 따르지만 나이차가 크지 않은 동생은 소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큰 줄기 중 하나는 소희가 ‘가족 내에서’ 자기만의 방 (진정한 의미의 ‘소희의 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생소한 이들과 ‘엄마’라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가족이 되어나가야 하는 상황은 소희와 엄마의 갈등으로 표현된다. 소희는 엄마가 내뱉은 ‘우리 아이들’이라는 말에 소외감을 느끼고, 엄마와의 소통을 단절하며 본인의 시각에서 엄마의 행동을 속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엄마도 소희를 되찾기 위해,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엄마와의 갈등은 해소된다. 아주 오래전부터 엄마의 마음속에도 ‘소희의 방’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소희는 온전한 ‘소희의 방’을 갖게 되었다.


윤소희의 방? 정소희의 방?

소희는 엄마네 가족과 합류하면서 성이 바뀐다. 윤소희는 과거 달밭마을에서 쓰던 이름이고 정소희는 새로 시작한 서울에서의 이름이다.

이야기의 큰 줄기 중 두 번째는 소희가 ‘사회 속에서’ 자기 이름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달밭마을의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새로운 학교에서 사귄 친구들에게 소희는 자신의 과거를 숨긴다. 명품옷에 비싼 학용품으로 장식한 엄친딸 행세를 한다. 그 옷이, 유행과 맞지도 않고 엄마 취향대로 사다 준 원피스&가디건처럼 내 옷 같지 않지만 가면을 벗지는 않는다.

하지만 결국 소희는 재서라는 친구를 통해 친구들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낸다. 친구들에게 과거사를 모두 털어놓으며 정소희는 윤소희이기도 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정했다.


작가님은 ‘가족 안에서, 또 사회 안에서’ 라는 두 가지 중첩된 갈등 양상을 잘 버무려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마지막엔 두 면에서 모두 편안해진 완전한 소희의 ‘방’을 만들어 주었다. 소희의 방은 진정한 소희의 방이 된 것이다.


소희를 어른스럽고 단단한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소희로 남게 하지 않아서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욕구는 아무리 눌러놔도 언제든 새게 되어 있고, 지랄은 총량의 법칙을 위배하는 법이 거의 없으니, 달밭마을의 소희인 채로 어른이 되면 언젠가는 터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제 나이에 맞는 시기에 제 나이에 맞는 방식으로 소희를 성장시켜 주셔서, 건강하게 철들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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