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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티님이다
  • 언어의 온도 (170만부 기념 에디션)
  • 이기주
  • 12,420원 (10%690)
  • 2016-08-19
  • : 68,800


아직 MZ인 내겐 언어의 온도는 조금 심심하게 다가왔다. 너무 순한맛 에세이다. 그래도 길게 숨을 들이켜야 하는 장편 에세이가 아니라, 짧고 가볍게 스크롤하듯 넘길 수 있는 콘텐츠라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긴 호흡의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나같은 세대는 빠른 템포의 숏폼 영상과 짤, 그리고 밈 같은 즉각적 자극 속에 살아간다. 


이 책은 복잡한 문장을 요구하지 않는다. 간단하고 직설적이며, 읽자마자 바로 와닿는다. 몇 장만 펼쳐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그대로 올릴 수 있을 만큼 간결하고 감각적이다. 그래서 MZ세대에게 언어의 온도는 책이라기보다 피드 속에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콘텐츠다.


MZ세대는 언어에 특히 민감하다. 댓글 하나에도 상처를 받고, 단순한 이모티콘 하나에도 위로를 받는다. ‘ㅠㅠ’나 ‘ㅋㅋ’ 같은 가벼운 표현이 감정의 무게를 결정하기도 하고, ‘ㅇㅈ’ ‘ㄹㅇ’ 같은 짧은 약어들이 공감과 동의를 대신하기도 한다. 언어의 온도는 바로 그 미묘한 감각을 포착한다. “누구에게는 별일 아닌 말이, 누군가에겐 하루를 무너뜨린다”라는 구절은, 온라인 소통에 익숙한 세대가 이미 매일 겪고 있는 현실을 문학적으로 집약한 문장이다. 그들은 그 문장을 읽으며 단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 “이거 ㄹㅇ 레알”이라며 공감을 던진다.


언어의 온도는 MZ세대에게 교양서라기보다는 SNS에서 떠도는 문장집에 가깝다. 그들은 이 책을 줄 긋고 밑줄 치며 읽는 대신, 캡처해서 올리고, ‘좋아요’를 통해 다시 확인하고, DM으로 친구에게 전송한다. 책 속 문장은 긴 논리와 해설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짧고 굵게’, ‘임팩트 있게’ 다가온다. 그래서 책은 MZ세대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남는다. 피드 속에서 오래 회자될 수 있는 문장, 타임라인에서 다시 소환될 수 있는 구절로 기능한다.

결국 MZ세대에게 이 책은 지식이나 교양의 층위에서 평가되는 텍스트가 아니다. 짧지만 오래 기억되는 문장, 가볍게 읽히지만 깊게 스며드는 구절, 그리고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장이 모여 있는 책이다. 그들은 이 책을 하나의 밈처럼, 짤처럼, 그러나 동시에 자신들의 감수성을 대변하는 텍스트로 받아들인다. 

언어의 온도는 MZ세대의 언어적 감각을 보여주는 거울이자, 그 세대가 만들어낸 디지털적 공감의 풍경 속에서 끝없이 리포스트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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