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보통 100페이지 이상 읽은 후 앞으로 읽을것인가 덮을 것인가를 고민하는데,
이 책은 100페이지까지만 읽게 될 줄 알았다.
완독하게 만든 것은 신비롭고 고급스러운 문체이나 책을 다 읽은 뒤 여전히 머리에 안개가 자욱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 책이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을 때 쯤엔 이렇게 품위 있으면서 사랑스럽게 독자에게 마음을 전달할 수 있구나 싶다.
인상적인 구절을 뽑자면,
사람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것은 발신이 없는 편지이다.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체험은 하나의 그림 앞을 지나가는 짧은 순간, 바로 그것이다.
=> 발신이 없는 편지는 속삭임으로 귓가를 맴돈다.
나는 늘 그렇듯 불평 없고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자칫 이것은 마치 누군가의 영혼인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집의 영혼으로부터 너 자신을 보호하라고, 혹은 집의 영혼으로부터 너 자신을 단단하게 가리라고.
시간이 흐를 수록 내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그림의 대부분은 이해할 수 없게도 바로 그 사라진 기억에서 나왔음이 밝혀졌다. 저절로 자신을 증명하는 그림들이 나의 내면을 이루었다.
=> 그래서 무의식이 중요하다. 우리의 뇌는 대부분 무의식으로 이루어졌으나 그 사람의 내면을 이루는 것은 무의식이다.
인상적인 단어는 '악숨'이라는 이름과 '표상의 집'
표상: 추상적이거나 드러나지 아니한 것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내어 나태냄.
감각에 의하여 획득한 형상이 마음 속에서 재상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