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엄청나게 강한 마족과 싸우고, 또 싸우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주인공. 학교에서 당했던 굴욕은 이제 어디에도 없습니다. 물론 삼대희(피아, 키리셰, 엘리제)의 도움을 잔뜩 받아서 가능한 일이었죠. 발길은 멈춤 없이 천계(피아의 진영)에 가서 여신을 만나고, 용의 계곡(키리셰의 진영)에서 키리셰의 여동생에게 뚜까 맞았습니다. 세계 최대 군사 도시 패도 에르메키아에서 난동도 부리고, 성지 카난에서 성녀도 만나는 등 참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죠. 어느덧 주인공 파티는 [재림의 기사]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세계가 그들을 주목하기 시작했죠. 그들의 여행은 입소문을 타고 널리 널리 퍼져 나가 주인공이 다녔던 학교에까지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300년 전 세계를 구한 영용 엘라인과 똑같이 생겼다는 이유로(사진도 없는데 어떻게 단정하는지) 비교 당하고, 그와는 다르게 무능하다고 손가락질을 당해 왔습니다. 이럴 바엔 여행을 떠나자는 피아와 키리셰의 권유로(아마도) 자퇴서를 내고 여행길에 올랐었죠. 그런데 자퇴서 낼 때 얼른 가라는 듯 수리해놓은 학교는 그의 활약을 듣고 손바닥 뒤집듯 장학생으로 추천되었으니 와서 장학금을 받으라는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인간의 추악함은 어디까지인가 싶은 대목이었죠. 가서 무시하고 손가락질하던 넘들 코를 납작하게 해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 그보다 얼른 종언의 섬으로 가서 엘라인이 남긴 수기를 손에 넣어야 합니다. 노리는 자들이 많거든요.
하지만 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법인이라는 3개의 열쇠가 필요하고, 현재 주인공은 2개를 획득 중입니다. 마지막 한 개는 엘리제의 진영이기도 한 마계에 있죠. 엘리제는 전(前) 마왕입니다. 300년 전 엘라인의 설득에 넘어가 피아, 키리셰와 함께 종언의 전쟁에서 세계를 구했습니다. 피아, 키리셰도 그렇지만 300년 후 엘라인과 똑같이 생긴 주인공을 만났을 때 어떤 감정이었을까. 추억에 젖어 주인공에게서 과거의 엘라인을 찾는 애틋함을 보여 줄만도 한데 작가는 그건 그거, 이건 이거라는 듯 철저히 분리 시켜 주인공에게 집중 시켜 왔습니다. 이건 사실 잘한 거죠. 주인공은 자칫 빙다리 핫바지가 되었을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열쇠 받으러 마계에 가야 합니다. 현재 마왕은 엘리제 남동생이랍니다. 누나가 잘 이야기하면 주겠죠. 물론 일이 이렇게 쉽게 흘러가면 다음 권이 마지막이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게 이런 작품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새로운 적을요. 언제부턴가 지상에서 천계로 올라가는 문, 마계로 가는 문이 파괴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대비가 되어있는 문들이었지만 간단하게 파괴되었고, 관련 유적들도 부서지고 있었죠. 누가 사보타주 하나. 네, 누군가가 사보타주하는 중이었죠. 여기서 300년 전 엘라인과 삼대희가 싸웠던 적의 정체가 무엇인가와 연결이 됩니다. 삼대희는 300년 전 적이 누구였는지 알고 있지만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주인공 스스로 알아내길 바라고 있죠.
맺으며: 300년 전 엘라인과 삼대희가 싸웠던 적의 정체가 갑자기 밝혀집니다. 그동안 언급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었죠. 여기서 흥미로운 건 적의 정체가 세계를 멸망 시키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키는 쪽이라는 게 신선했습니다. 하지만 그 지키는 방식이 좀 극단적이죠. 같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특정 종족만 지키고 다른 종족은 말살시키려 드는, 필연적으로 300년 전 엘라인이 그랬듯이 주인공도 수긍할리 없는 사고방식이죠. 적은 굉장히 강하게 표현되어 있고, 영악하게 나옵니다. 주인공 일행을 미끼로 사용하는 등 허를 찌르는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엘라인이 남긴 수기를 어떻게든 손에 넣거나 없애려 드는 것에서 그들의 약점이 적혀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불러오기도 했죠. 이번 5권에서는 적의 선봉대와 일전을 벌이는데, 적의 정체를 좀 갑작스럽지만 무난하게 등장시키고 아울러 주인공을 또 한 번 성장시키는 작가의 진행 실력이 돋보였습니다. 다만 일러스트(주로 캐릭터)는 10점 만점에 1점입니다(필자 개인적인 느낌). 히로인들이 많이 나오지만 쓸데없는 호감도작이 없다는 것, 의미 없는 벗방이 없다는 것에 여전히 높은 점수를 줄만 했고. 능력은 다운되었다지만 여전히 강한 삼대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보다 주인공을 앞세워 차근차근 성장시키는 방식이 두드러진 5권입니다. 남은 열쇠 1개의 행방은 6권 리뷰에서 언급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