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솔직히 뭔 말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니시오 이신 작가의 작품이라면 다들 믿고 본다고는 하는데 필자에게는 맞지 않았습니다. 전쟁 이야기라고 해서 우리가 아는 war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밀리터리 작품 나왔나? 1차원적인 생각으로 구입했는데, 작가의 성향을 알면서도 낚였던 것이죠. 미리 말씀드리면 다 읽지 않았습니다. 후반에 가면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죠. 첨언하자면, 재미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야기 자체는 체계적이고 조사를 엄청 많이 했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이 묻어날 정도로 고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노력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필자 같은 1차원적인 독자들은 해석이나 독해 등에서 따라가지 못해 주저앉게 된다는 것이지만요.
주인공은 경시청 소속의 경찰로서 미국에 파견되어 FBI에서 연수하는 초엘리트입니다. 여친은 펀드매니저로서 잘나가는 화이트 컬러죠. 둘이 결혼했는데, 여자 성(姓)을 왜 남편 성(姓)에 따라야 하냐는, 우리로서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를 초반을 장식합니다. 그러다 신혼여행지를 어디로 정할지, 간다면 어떻게 갈지, 그 지역에 관한 역사라든지, 참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려 갑니다. 필자는 일본 젊은이들의 자화상을 그리나 했습니다. 둘 다 결혼 적령기의 나이대이기도 하고. 그래서 파릇파릇하고 청춘을 갈구하는 10대의 이상(理想)이 아니라 20대의 현실을 그리고 있죠.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장면이 바뀌면서 여우귀 소녀가 나오기 전까지는요. 주인공의 망상인가 했습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니까요. 생각이 많아지겠죠. 그래서 어릴 적 이상( 理想) 속에서 그려왔던 상상이 지금 뇌내 망상으로 표출되지 않았나 싶었는데요. 그게 아니었습니다. 여우귀 소녀만이 아니라 여러 토지신(?)도 나오면서 현실적인 이야기가 판타지로 바뀌어 버립니다. 뭐 20대도 아직 이상(理想)을 꿈꿀 수는 있겠죠. 있겠습니다만, 필자는 여기까지 읽었습니다. 뒤로 뭐가 나오는지 솔직히 흥미가 떨어져 접었습니다. 사실 여우귀등 판타지 속 인물들은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중요 요소이긴 한데... 이런 애들로 다른 지방에 가서 전쟁이라도 치른다 해서 전쟁 이야기로 제목을 정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주인공 여동생은 곰과 싸웠다고 합니다. 요즘 일본에서 곰 문제로 시끌시끌하죠. 뜬금없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맺으며: 일본 지명과 역사로 도배 되어 있어서 외국인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상당히 부족합니다. 작가가 그랬는지 아님 번역되면서 번역가가 각주로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괄호로 따로 설명은 잘 되어 있어서 이해는 잘 되었는데, 오히려 이것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역사에 대해 조사도 많이 하고, 오타쿠들이 좋아하는 여우귀 소녀 같은 판타지 요소도 적절히 섞어 지루하진 않았는데 어째서인지 필자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일본색이 너무 짙어서 그러나. 지명에서는 사실 어디 어디라고 해도 우리나라라고 하면 대충 머릿속에서 어디인지 그려지는데, 일본 지명은 솔직히 오타쿠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부분 아닌가 싶죠. 역사도 그렇고요. 옛날에 어디 어디 지방끼리 싸웠네 어째내 해봐야. 그렇담 왜 구입했냐고 할 수 있겠는데, 뭐 필자의 무지라고 해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