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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의 서재
  • [전자책] 숲 변두리의 꼬마 마녀 03
  • 야나기
  • 7,000원 (350)
  • 2025-06-11
  • : 251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엄마를 황망하게 잃고 묘를 쓰기도 전에 이웃 나라에 팔려가버린 비운의 히로인 미샤. 어른들의 사정으로 팔려오긴 했지만, 그래도 나쁜 대접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정들면 고향이라고 그녀 나름대로 정을 붙이며 살려고 노력 중이죠. 다행히도 국왕 등 왕족과 그 측근들은 여주에게 호의적입니다. 뭐 약사로 유명한 숲의 민족이어서 그런 것도 있고, 숲의 민족이라는 일족의 심기를 건드려 봐야 저주받아 나라가 멸망할 뿐이니까 잘 대해준다는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만, 정작 여주는 일족의 보호를 못 받고 있는데? 아무튼 동네 아이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약초밭을 만들고(하지만 메인은 아님), 축제에도 참가하는 등 바쁜 일상을 보내죠. 엄마를 잃고, 아버지와는 제대로 이야기도 못했고, 그러다 이웃 나라와 팔려와 기가 죽어 침울해질 만도 한데 풀 죽어 있는다고 일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잃은 것이 돌아오는 것도 아닙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만 하죠. 이번 3권에서는 홍안병이라는 역병이 창궐하자 그 대응에 쫓기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엄마에게서 여러 지식을 전수받고 나름대로 조사도 많이 했지만 여주에겐 생소한 질병입니다. 병의 치료에 대한 단서는 찾을 길 없고, 환자는 늘어만 가죠.



그럴 때 찾아온 외삼촌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습니다. 게다가 이국 만 리에서 가족을 만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겠죠. 근데 이 외삼촌 놈은 사이코 패스입니다. 물론 진짜로 그런 성향인 건 아니고 성격이 딱 그런 느낌입니다. 어린 조카가 엄마를 잃고 이국 만 리에 팔려 왔으면 구해줄 생각부터 하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헤아려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게 가족의 정이자 의리 아니겠습니까? 근데 이 외삼촌이라는 놈은 대뜸 나이 어린 여주에게 최선을 다한 게 맞아? 이럽니다. 냉정하게, 죽은 환자 해부는 해봤어? 니가 열정이 없으니까 치료를 못하는 거잖아(느낌상) 이럽니다. 그러곤 가스라이팅 하듯이 약간의 다정한 말을 건네고, 정이 그리웠던 여주는 냉큼 달려들고. 사실 작품 전체에 이런 느낌이 상당합니다. 자기 딸 보내는 건 싫으니 대신 여주를 이웃나라에 팔아버린 어른들, 여주를 잘 보살펴주는 걸 떠나, 그녀를 좋다고 받아들인 이웃 나라 왕족들, 이번엔 역병이 퍼지자 여주 탓으로 돌리는 어른들, 마을 규칙이라며 험한 길을 살아가는 여주를 도와주지 않는 일족(숲의 민족)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차 있고, 황망하게 떠나보낸 서글픔을 안고 있는 여주를 헤아려 주는 어른은 별로 없습니다.



맺으며: 뭐랄까 장르가 상당히 애매한 작품입니다. 약사가 메인이면서 메인으로 다루지 않아 당화스럽게 하죠. 약사 하면 약초가 생명인데 지금까지 약초에 대한 지식은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얼렁뚱땅 약을 만들어 가져올 뿐이죠. 메인으로 기대하고 봤다간 실망하는 부분이 아닐까 했습니다. 그리고 설정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본처(아빠의)와 그 딸에 대한 처우 문제입니다. 별다른 처벌도 내려지지 않았으며, 수도원인가 어디인가 유배 보냈다며 오히려 그들도 피해자라는 듯한 서술은 기가 막혔군요. 권선징악이 매우 약하죠. 그나마 권선징악이라며 본처를 유배지에 보내놓고 얼마 뒤 탈출이라는 어이없는 상황을 만들어 나중에 여주 앞에 나타나 또 어떤 위협을 가할지 같은 복선을 만들어 버리는데,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이복 언니(여주 엄마를 죽인)는 참회하는 거 같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고. 청소년물에서 이런 부분은 상당한 독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서 본 작품을 읽고 있다 보면 짜증이 좀 치밀어 오릅니다. 권선징악도 없고, 다는 아니지만 나이 어린 여주를 험하게 다루는 주변 어른들, 여주가 안고 있는 아픔을 이해해 주는 어른은 거의 없고(딱 한 명 봄), 약사에 대한 거면 약사에 대한 것을, 상처받은 아이가 치유되어 가는 힐링물을 다루고 싶었으면 그런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을 만들어 가죠. 그러다 보니 마녀라는 아이덴티티는 아예 없어져 버렸습니다. 나이 어린 여주 주변에 성인 남자들을 대거 포진 시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여성향을 지향하려 했으면 임팩트라도 키우던가. 작가는 대체 무얼 말하고 싶은 걸까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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