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이름 '피아' 뭐시기는 그래도 나름대로 기사단 부단장으로 있는 아버지를 둔 기사 집안의 막내입니다. 위로는 오빠 둘과 언니가 있습니다. 모두 기사들이죠. 그래서 막내인 피아도 기사가 되려 노력합니다. 재능은 없어요. 오빠들은 일찌감치 그녀(피아)의 싹을 알아보고 기대를 저버렸죠. 언니는 피아 편을 들어주긴 하는데 돌려서 하지 말라고 깝니다. 제일 나빠요. 이 세상엔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게 있죠. 그래도 피아는 기사가 되고 싶습니다. 신분도 보장되고, 명예로운 일이니까요. 문제는 자기에게 재능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도전한다는 것이고. 15세가 되어 성인 의례를 치르던 날. 기사가 되고 싶으면 숲에 가서 마물을 잡고 마석을 가져와야 기사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하여 숲으로 갑니다. 그런데 눈앞에 다쳐서 죽어가고 있는 까만 새끼 새가 있네요. 언니에게 받은 회복 포션을 먹입니다. 여기서 그녀가 깜빡한 게 있습니다. 이 세계에는 까만 새가 없으며 회복 포션은 드럽게 맛이 없고, 반동으로 격통을 수반한다는 것을. 이 부분에서 유추할 수 있는 건 그녀의 성격은 덜렁이라는 것. 갑자기 새끼 새가 커다래지더니 그녀를 물어 버립니다. 이것이 프롤로그이고 그녀가 성녀로서의 삶의 시작 부분입니다.
제목 그대로 대성녀임을 숨기며 살아가는 히로인이자 주인공인 피아의 이야기입니다. 300년 전에는 길바닥에 넘치고 넘쳤던 게 성녀였던 것이 지금은 간단한 회복술만 쓸 수 있어도 성녀로 추앙할 정도로 쇠락(몰락 아님)하였죠. 회복술은 굉장히 귀중합니다. 회복 포션도 성녀만이 만들 수 있고요. 버프도 겁니다. 전쟁이나 마물 퇴치 때 성녀가 없으면 다쳐도 치료 수단이 없으니 망하는 거죠. 그로 인해 성녀 자질이 있으면 국보급 취급을 받고, 문제로는 그 반동인지 성녀가 되었다 하면 오만방자해지는 결과를 낳았지만 그것도 없어서 발견 즉시 왕족이나 귀족이 잡아다 씨x이(혈통 유지 같은 이유로)로 만들어 버리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성녀는 왕족과 귀족의 전유물이 되었죠. 물론 처우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국보급 취급이니까요. 피아는 새끼 새에게 물리고 전생을 기억해 냅니다. 전생에서는 대성녀였다네요. 기억이 각성되면서 대성녀의 자질도 각성해버립니다. 대성녀는 성녀의 정점에 있습니다. 대성녀 자질이 개화했으니 기뻐해야 하나?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이런 신발 내가 대성녀라니? 사실 전의 생에서는 좋은 기억이 없습니다(이유는 2권에서 언급해 보겠지만 아마 필자는 기억 못 하겠지).
피아의 꿈은 어릴 때부터 기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성녀는 사양입니다. 게다가 전생에서 마왕 오른팔이 너 처신 잘해라?라는 협박도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오른팔이 등장하면 다시 언급해 보도록 하고요. 대성녀라는 게 밝혀지면 여러모로 귀찮습니다. 마왕 오른팔이 죽이러 온다고도 했고요. 그래서 숨기기로 합니다. 그래도 능력은 쓸 거지만. 뭐 여기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그녀의 성격이죠. 한마디로 사차원입니다. 주변에 폐를 끼쳐도 자각이 없고, 분위기를 읽지 못해 주변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남이 못하는 게 아닌 안 하는 걸 한다든지, 가령 모두가 고개를 숙이는 왕제(왕의 동생) 앞에서도 할 말은 한다 같은. 대성녀임을 숨긴다 해놓고, 제가 사실은 대성녀랍니다?라는 듯 힌트를 마구마구 뿌려 댑니다. 가령 회복술은 성녀만이 쓸 수 있는데 쓴다든지, 버프를 건다든지, 그럴 때마다 들킬 뻔하지만 특유의 능청함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게 예술이죠. 반성은 그때뿐이고 같은 실수를 계속합니다. 그럴 때마다 가자미눈이 되어 그녀를 바라보는 주변인들도 예술입니다. 참, 피아를 물었던 새끼 새의 정체는 말이죠. 새끼 새도 정체가 밝혀지면 대혼란을 불러올 대단한 존재였습니다. 피아의 사역마가 되었죠. 그리고 둘이 펼치는 개그는 예술 그 자체입니다.
맺으며: 리뷰를 갑자기 뚝 끊었는데, 필자가 글 재주가 없다 보니 양해 바랍니다. 본 작품은 여성향 작품입니다. 여주 하나에 잘생긴 남캐릭 여렷이 등장하죠. 그것도 왕족과 귀족이 득시글 거립니다. 처음엔 후작 자제를 만나 친구 먹고, 이후 여러 잘생긴 귀족 자제와 왕제까지 섭렵하는 마당발을 보여주죠. 물론 느끼한 대사라든지 여주(피아)를 어떻게 해보려는 파렴치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약간의 청춘 러브 코미디 성격을 띠고 있는데, 문제는 피아가 둔탱이라는 것이고. 잘생긴 남자들이 득시글 거리니까 오히려 부녀자(BL 좋아하는 여자)로 각성하는 건 아닐까 싶은 이야기입니다만. 아무튼 대성녀임을 숨기고 기사로 살아가는 여주의 이야기입니다. 근데 숨길 생각이 없습니다. 이런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이거 어쨌거나 들통나는 클리셰 아닌가?라는 클리셰를 비튼다고 할까요. 힌트를 마구마구 뿌리지만 피아의 능청함에 속아 넘어가는 게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새끼 새(2권에서 정체 밝혀볼까 중임)와 같이 다니며 주변을 농락하는 장면들은 1권의 백미였습니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변장 시키고, 어느 장면에 '멍청이, 멍청이, 얼간이'라는 새끼 새의 대사는 정말 근래에 가장 크게 웃어본 장면이었군요. 별생각 없이 구매한 작품이었는데 꽤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