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4권의 히로인은 메인 히로인 앨리스의 여동생 '시스벨'입니다. 1년 전 제국에 붙잡힌 걸 주인공이 탈출 시킨 이력을 가지고 있죠. 사실 마녀가 인간들에게 붙잡히면 빈말로도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온갖 고문에 종국엔 사형이죠. 19금 작품이 아니라는 게 다행인 세계관입니다. 그런 시국에 대체 어쩌다 제국에 붙잡히고, 마녀들의 나라 네뷸리스는 왜 구하지 않았는가 등 의문점은 산더미입니다. 주인공과 접점을 만들어주기 위해? 그것도 있고, 사실 지금 네뷸리스는 차기 여왕 선출 때문에 많이 바쁩니다. 3명의 왕녀가 있고, 이들은 경쟁 관계죠. 탈락하면 유배 가거나 죽거나. 언니고 동생이고 나발이고, 일단 이겨야 합니다. 가장 많은 지지 세력을 보유한 첫째 언니와 마녀로서의 실력이 최강인 둘째 언니(메인 히로인 앨리스)에 비해 지지 세력은 전무하고, 능력적으로는 자기 몸 하나 지키기 어려운 셋째 시스벨. 하지만 전투 능력은 전무해도 첩보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게 불운이라면 불운일까요. 그 능력으로 나라의 위기를 알게 되고, 엄마(현 여왕)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걸 알게 되면서 셋째의 근심은 날로 커져 갑니다. 차기 여왕 자리 놓고 경쟁 관계인 두 언니와 소통은 불가능합니다. 괜히 알짱 거렸다간 죽을지도 모르니까요. 화기애애한 모습은 없습니다. 둘째 언니(메인 히로인인 앨리스)는 그래도 동생과 이야기는 해보고 싶어 하는 거 같긴 합니다만. 경쟁 관계라서 섣불리 만나지는 못합니다.
아무튼 나라 안 해서 의지할 사람이 없습니다. 두 언니는 물론이고, 능력을 펼쳐 서치해 보니 나라에 배신자들이 득시글 거립니다. 엄마(현 여왕)까지 목숨이 위험한 지경이었죠. 명색이 제국(마녀를 학대하는 적국)과 맞먹는 나라임에도 정보를 관할하는 부서 하나 없나? 하는 의문점은 넘겨두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문득 1년 전 제국에 붙잡힌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떠오릅니다. 주인공이죠. 이 사람이라면? 쇳불도 담긴 김에 빼랬다고 이 사람을 나의 기사로 삼는 거야, 그렇게 해서 엄마도 지키고 나라도 구하고 그러고 나서 내가 차기 여왕이 되는 거지. 김칫 국물을 사발째로 드링킹하며 그녀는 주인공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주인공은 마녀와 적대하는 제국 군인이죠. 마녀를 잡는 군인입니다. 뭔가 잘못된 길을 가는 거 같은데? 그쯤 주인공은 자신이 속한 부대원들과 휴가를 떠났습니다. 작가가 어쩜 이렇게 길을 인위적으로 잘 닦아대는지 뒷일이 아주 자연스럽게 예측이 되죠. 그렇다면 둘(시스벨과 주인공)의 만남을 어떻게 연출할까가 사뭇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시스벨이 선택한 방법은?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 아주 기괴한 만남을 가지게 되죠. 아직 4권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닙니다. 여동생이 주인공을 만나러 갔다는 걸 알게 된 둘째 언니(메인 히로인 앨리스)가 있습니다. 당연히 쫓아가야죠. 재미있어지는군요.
맺으며: 사실 이번 4권에서 독보적인 존재는 주인공 부대의 대장인 미스미스(히로인)가 아닐까 했습니다. 3권에서 큰일을 당해 앞날에 먹구름이 끼여버린, 메인 히로인이 고생하지 않으면 서브 히로인이 고생하는 국룰(?)에 따라 그녀(미스미스)도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는 캐릭터이기도 한데요. 여기서 그녀의 진짜 진면목은 1~4권 동안 일러스트는 거의 없지만 글에서 전해지는 귀여움은 여타 작품과 비교해도 남다르다는 것입니다. 작은 체구에 백치미를 겸비하고, 그럼에도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다 하려는 어른스러운 모습까지.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해 어버버 하고, 딴에는 어깨에 힘주며 부대 대장 노릇을 하려 하지만 어린애의 장난 같은 모습에서 흐뭇함이 묻어납니다. 필자는 분위기 메이커로서 메인 히로인인 앨리스 보다 100배 낫다고 생각 중이군요. 앨리스는 빳빳한 새 지폐 같아서 취급에 주의를 요구하는 느낌? 능력적으로 주인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히로인도 호감이지만, 때론 손이 많이 가는(보살핌) 미스미스 같은 히로인도 괜찮지 않을까, 문제는 분량이 많지 않아 아쉽다는 것이군요. 사망 플래그가 제법 많이 뜨고 있기도 하여 좀 진지한 작품이었다면 벌써 회수되어 독자들을 안타깝게 했을 캐릭터죠. 아무튼 주인공 가는 곳에 메인 히로인 등장이요를 아직도 기용하고 있어서 이제는 좀 식상하다고 할까요. 식상해도 분위기를 보면 매번 로미오와 줄리엣, 견우와 직녀급인데 작가가 살리지를 못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