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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의 서재
  • [전자책] 정령환상기 02
  • 키타야마 유리
  • 3,500원 (170)
  • 2018-08-08
  • : 679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느닷없지만 이번엔 서두를 건너뛰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취미 엔터테인먼트 오타쿠 세계에서 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요소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바로 여자 초등학생, 로리 짐승 귀 소녀 + 노예 속성. 당연하게 주인공과 특별한 사이가 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죠. 좀 더 어두운 루트로 가면 선을 넘는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 같으면 아청법으로 잡혀갈, 하지만 정식 출판본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에 환상을 심어주기도 합니다. 사실 필자에게 있어서 이런 요소는 오타쿠의 이미지를 흐리게 만든 장본인격으로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실제 현실에서 취미 생활로 만화, 애니, 라노벨등을 얘기하면 저런 이미지를 들이밀며 혐오감을 내비치는 사람이 적지 않죠. 이번 2권에서는 누명을 쓰고 더 이상 학원에 있을 수 없게 된 주인공이 길을 떠나며 만난 문제의 여우 귀 소녀 '라티파'와 인연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 라티파의 캐릭 설정이 아주 화려하죠. 이전 생은 여자 초등학생, 이세계에 여우 귀 소녀로 전생, 노예와 다름없는 학대 받던 일상, 암살자로 키워져 주인공을 암살하러 왔다 참교육 당하고 오빠! 오빠! 속성이 되어버린. 참고로 늑대 귀 소녀도 나옵니다.



2천 년대 들어서며 안 좋은 뜻으로 변질되어 버린 오타쿠들이 좋아할 만한 모든 요소들을 이 '라티파' 하나에 몰빵을 했습니다. 전생(지구에 있을 때)에서는 등하교 때 같은 버스를 타며 잘~생긴 주인공에게 뿅 가서 상사병을 앓던 초등학생(여학생), 이세계로 넘어와서는 여우 귀 수인 로리 소녀(10살 전후) +노예 속성. 작가의 취향이 고상하기 그지없죠. 표지는 비율이 이상하지만, 속 일러스트는 꽤나 정성스레 그려져 있습니다. 오타쿠들에겐 환상의 세계죠. 늑대 귀 소녀도 있다니까요? 뭔가 막 저속한 말을 쓰고 싶지만, 필자는 저속하지 않기 때문에 고상한 말만 쓸려고 노력 중이라서 재미없는 리뷰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이번 2권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뭔가 아구가 잘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랄지, 작위적이랄지, 하필 주인공을 눈에 가시로 여겼던 귀족가에서 학대받던 애가 라티파였고, 암살자로 보내져 만난 게 전생에서 짝사랑했던 잘생긴 오빠였고, 노예 목걸이의 강제성 때문에 주인공을 죽이려 들지만 주인공에게 구해지고 눈물 흘리지만 전생 때 그 잘생긴 오빠인지 처음엔 몰라보는 드라마 같은 시추에이션. 구해주었으니 책임지라는 듯이 의존증을 발휘하는 라티파.



그렇게 주인공에게 거둬진 라티파는 그와 함께 동쪽으로 길을 떠납니다. 오빠 속성이 되고 나서 주인공과 거의 호각으로 싸운 실력을 잃어버린 건지 연약한 아이가 되어 버리는군요. 나날이 주인공에게 의존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그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 증세로 대성통곡을 하죠. 자아가 거의 완성된 후 이세계로 온 주인공에 비해, 라티파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했던 어린 나이 그대로 전생하여 학대받는 나날을 보냈으니 기댈 곳이 보이지 않으면 정서 불안이 와도 어쩔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몇 달을 같이 지내며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 게 인상적이죠. 그리고 미개척지에 있던 정령인들(엘프, 드워프 수인 공동체) 마을에 도착하여 지내면서 라티파의 인간관계가 넓어지고, 정신적으로 성장해가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오빠 의존증이 많이 호전되어 가죠.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게 되자, 라티파에게 있을 곳을 마련해 주고 싶었던 주인공은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 작품의 특징은 많은 히로인이 나오지만 그 이상의 단계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라티파 또한 이전 생에서 같은 버스를 탔고, 같은 일본인이라는 걸 알아도 보내 주려 합니다. 하기야 대학생(주인공)이 초등학생 소녀와 맺어지는 게 더 이상한 거죠.



맺으며: 이 작품이랄지 2권까지랄지, 특징을 몇 개 알아냈습니다. 주인공은 남자 캐릭터들에게 미움을 받습니다. 1권에서 주인공을 못살게 굴었던 대부분의 캐릭터는 남자 캐릭터였죠. 이번 2권에서도 양아치들에게 시비를 받습니다. 누굴 만나든 첫 대면 때 오해를 사서 두들겨 맞습니다. 1권에서 왕녀 납치 오해를 받아 다짜고짜 두들겨 맞았죠(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 못 받음). 이번 2권에서 양아치들에게 삥 뜯길 뻔했고, 정령인 마을 입구에서 라티파를 유괴한 줄 오해받고 정령인들로부터 엄청 두들겨 맞습니다(후에 엄청 사과는 함). 여성 캐릭터들이 엄청나게 나오고 대부분 주인공에게 호감을 보냅니다(일부 귀족 여성 제외). 거의 다 첫눈에 반함. 그런 주제에 썸 타는 건 없다는 것(철벽 방어?). 심지어 담임 선생과 5년이나 같이 동고동락하다시피 해놓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아랫도리에 뭔 문제 있나?). 정령인 마을에서 한창때의 여자애들과 동거하게 되었는데도 아무 일 일어나지 않습니다. 있었는데 편집된 건가? 그 흔한 같이 목욕도 하고, 실수를 가장해 알몸을 본다든지, 그런 게 없는 아주 건전한 전연령가를 보여주죠. 재미없어. 그리고 가장 불만인 점은 권선징악이 없다는 것입니다. 가령 5년 내내 주인공을 괴롭히고 누명을 씌운 귀족 나부랭이들에게 복수를 하지 않은 것, 암살자로 라티파를 보낸 귀족도 그냥 둔 것, 나중에 해결 하나? 그리고 느닷없이 정령인 마을을 습격하는 정체 모를 놈의 존재는 무엇이고, 1년 넘게 후속 습격이 없는 것에서 대체 뭐 하러 왔는지 설명조차 없다는 불편함. 이번 2권은 좀 많이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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