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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의 서재
  • [전자책] 비탄의 망령은 은퇴하고 싶다 11
  • 츠키카게
  • 7,000원 (350)
  • 2025-01-02
  • : 4,275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정령인(흔히 엘프)들의 나라 유그드라와 나아가 세계의 명운이 걸렸던 세계수 보물전(흔히 던전)을 무사히 격파한 주인공과 그 일행. 인간들을 배타적 시선으로 대했던 정령인 황녀는 눈에서 하트가 발사되고, 수백 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를 주인공이 해결해 주었으니 앓던 이 빼준 정도가 아니었죠. 세계수 보물전 없앤다고 정령인 전사들을 갈아 넣어도 해결 못했거든요. 망하기 직전이었죠. 근데 문제는 주인공이 정말로 유능해서 해결해 주었나?는 이 작품 주인공에게 있어서 난제나 다름없습니다. 그는 무능하거든요. 마을 사람 A의 전투력이 30이면, 주인공은 4 정도. 대신에 운빨 하나만은 탑 클래스라서 주변이 알아서 해결해 주니까 고맙긴 한데 그럴수록 주인공 평가는 올라가고 그에 따라 도망(은퇴)은 요원하기만 한 개미지옥 같은 나날이 주인공의 삶이죠. 주변이 주인공 말을 착각하고 확대 해석해서 마치 신(神)의 개시를 받은 양 사태를 해결해버리니까, 자기 실력임에도 주인공 말을 듣고 해결했다며 그를 추켜 세워주니 어느새 세계에서 몇 없다는 레벨 8이 된 게 주인공. 그리고 지금, 주인공은 레벨 9 승급 시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주인공 심정: 일이 왜 이렇게 돌아가지?



사실 레벨 8은 실력만 있으면 어찌어찌 올라갈 수 있는 급이지만, 레벨 9는 실력만으로는 불가능한, 그야말로 신뢰와 정의의 아이콘. 세계에서 진짜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다는 레벨 9. 그러니까 비유하자면, 은행 대출에서 이자 0% 우대를 받는 VVIP 고객? 아무리 주인공의 활약에 눈뽕 맞았다지만 정령인 황녀가 나라를 개방하고 인간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은 전대미문. 인간들이 그동안 숱하게 개방을 시도했지만 하지 못했던 것. 인간들에게 있어서 정령인들의 나라는 신대륙 발견이거든요. 그것을 주인공이 단 한 달 만에 이루어 냈으니, 그 어렵다는 레벨 9 승급도 따놓은 당상... 이긴 한데. 그렇다고 공짜로 승급 시켜줄 순 없고 대신에 어떤 의뢰를 해결해 주어야겠습니다. 헌터 협회는 시험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골칫거리 의뢰를 던져 주는데. 판타지 작품에서 한 번쯤 등장하는 고대 테크롤로지를 이 작품에서도 재현해 봤습니다. 지금은 망해버린 고대 시절 때 만들어진 첨단 무기를 장착한 공중 요새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빅뉴스는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습니다. 200년 전 공중 요새는 라x타처럼 신의 벌을 내려 지상을 태워버렸다나요.



장거리 빔 포로 모든 걸 다 태우고, 태워진 자리에 풀 한 포기도 자라지 않는 흉악함에 그동안 헌터 협회는 몇 번이고 공략에 나섰지만 실패. 한 것을 주인공 보고 해결 하라네요. 그러니까 공중 요새를 파괴하는 거까진 바라지 않지만 움직이지 못하게 하라는 것. 경계선 지능인 주인공은 이해한 건지 못한 건지 하겠다고 선언. 마침 레벨 9 승급 시험에 도전한 쩌리 두 명과 공중 요새로 잠입은 합니다만. 난다 긴다 하는 고렙 헌터들 떼거지들도 빔 포에 다 타버렸는데, 주인공이라고 별 수 있나? 근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주인공 운빨 하나는 기가 막히다는 거. 근데 문제는 이 의뢰가 함정이었다는 것. 잘못 뽑은 꽝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함정에 빠진 것. 주인공만 모르는 상황. 헌터란 보물전에서 팬텀(흔히 마물)을 상대하며 공략하는 탐험가(흔히 모험가)인데, 보물전도 아닌 로스트 테크롤로지의 진수인 공중 요새를 공략하라는 것부터가 에러인데, 공중 요새에서 헌터들을 낚아 어찌하려는 술수에 걸려든 함정. 이제 운빨이 다하고 주인공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오나?는 아니고, 어차피 이 작품은 그런 진지한 이야기와 거리가 머니까요. 진지하게 고생하는 건 그의 주변인들뿐.



공중 요새에는 사람이 살고 있고, 나라가 세워져 있었죠. 로스트 테크롤로지는 미래 지향적으로 첨단을 달리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뭐 그런 세계였습니다. 그것을 운영하는 왕족이 있었고, 지금 마침 왕위 계승전이 벌어지고 있었죠. 어느새 이야기는 지상에 흩뿌려진 공포가 아닌 공중 요새를 장악하기 위한 왕위 쟁탈전으로 변경됩니다. 주인공은 그 왕족 중 어느 왕녀 근위로 발탁되는데... 사람이 얼마나 무능하게 보였으면 밀입국한 주인공을 경계심도 없이 대뜸 왕녀 근위로 발탁하냐고요. 어쨌거나 세계의 위기는 이 왕위 결정전이 끝나는 결과에 따라 달렸습니다. 주인공이 담당하는 왕녀는 페기 왕녀. 경계선 지능인 주인공은 자신이 받은 의뢰가 함정인지도 구분 못한 채 왕녀 관찰하기에 바쁘고, 왕녀는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초콜릿에 관심을 보입니다. 온실 속 화초로 자란 왕녀에게 세상 밖에서 온 과자는 흥미의 대상. 이제 이 초콜릿이 불러오는 나비 날갯짓이 세상을 구할 것이라는 밑밥을 뿌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아주 그리운 파티를 만나죠. 이들도 주인공을 우러러보고 있는 착각물에서의 엑스트라지만 지금은 천군만마. 주인공은 정령인 나라 다음으로 세계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12권을 기대하시라.



맺으며: 착각물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죠. 주인공이 뭔 말을 할 때마다 착각을 불러오고 그 착각은 기적을 불러옵니다. 주인공에게는 안 좋은 의미로, 주변인들에게는 최상의 상태로. 그 일환이 이번 레벨 9로의 승급 시험. 쭉정이 주인공은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지라 당연히 바라지도 않는 일이죠. 마을 사람 A에게도 지는 주인공에게 난공불락 공중 요새를 어찌하라니. 그러나 그의 마음과는 다르게 주변인들로 인해 주인공 인생이 결정되어 버리고, 휩쓸리고, 해결되어 가는 웃지 못할 해프닝. 정령인들의 나라를 개방 시켜 막대한 이익을 얻어다 준 주인공, 이번에도 공중 요새 공략에 성공하면 떨어질 콩고물은 막대할 터. 아무리 내가 무능하다고 어필해도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민폐라는 소리를 듣는 주인공. 은퇴는 요원하기만 하고, 휩쓸리다 보니 구국의 영웅이 되어가는 쭉정이 헌터. 이번 11권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악역 영애에 해당하는 제1 왕녀(주인공이 맡은 왕녀의 언니)의 기를 꺾어 놓는 부분이었군요. 왕위 쟁탈전이 달아올라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제1 왕녀를 말 한마디로 얌전한 양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은 아무런 생각이 없는 주인공이기에 가능하다는, 그가 살아온 역사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이 남자가 살아가는 방법 같은? 사실 착각물이기에 가능하다는 것도 있지만요. 아무튼 착각물이라고 해서 싸구려 느낌이 없는 게 특징인 작품입니다. 가끔 주인공이 자신을 너무 낮추고, 이해를 못 하는 경계성 지능을 보여주어 마이너스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무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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