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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14권은 쉬어가는 이야기 같습니다. 주인공인 아저씨 분량은 전체의 1/3도 안 되고 대부분 주변 인물들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군요. 아저씨가 이세계로 온 후 만나고 인연을 맺은 귀족 자제들의 연애 이야기라든지, 한창 젊은이들의 관심사하면 이성이죠. 누가 누굴 좋아하네, 집안 사정 때문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약혼을 해야 한다든지 같은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문제는 이런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먹히느냐인데, 적어도 필자는 그런 거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필자 같은 사람을 위해 개그로 승화 시키려 했나 봅니다만, 코드가 맞지 않습니다(뭐 어쩌라는 건지). 이 작품에서 내놓은 개그는 주로 일본식 만담 개그이고, 필자의 경우 아무리 봐도 적응이 되지 않더군요. 굳이 필자 심정을 표현 하라면, 풋풋함보다는 사나이들 질 낮은 주먹다짐 같은? 실제로 할아비들은 젊은이들 모임에서 치고받고 싸우기도 했으니까. 사실 애초에 이 작품은 판타지를 끼얹은 일본식 예능 프로그램 같은 거라 면역이 없는 독자가 본다면 좀 당황스럽죠. 사회에 문제가 되는 책임 없는 쾌락도 존재하고, 걸리지만 않으면 도둑질이 아니라는 얘기도 들어가 있기도 하고.
그래도 그런 얘기만 있으면 당장 불쏘시개로 던져질 거 같은지, 본 내용을 찔끔찔끔 식 넣어 놓기도 했습니다. 사이비 종교 국가에서 원시 총을 개발하여 전장에 투입 임박이라는, 이세계물에서 빠질 수 없는 신문물 전파도 들어가 있죠. 당연히 소동이 일어나고 혁명이 되고, 누구나 스나이퍼가 되어 주로 위정자들 목숨이 위태로워졌네 어쩌네. 근데 이 사이비 종교는 아저씨가 자근자근 밟아 주었는데도 잡초처럼 참 끈질기게도 살아 있군요. 지구에서 용사들을 마구 소환해서 별의 기력을 박살 내는 바람에 종말을 향해 갈려가도 아랑곳하지 않다가 아저씨에게 개박살나고, 뒤처리된 용사들이 원념이 되어 똘똘 뭉쳐서 교회들을 박살 내고, 영문모를 일들이 벌어지지만 아저씨는 강 건너 불구경, 그 불난 곳이 아저씨 집이어야 했는데. 이 아저씨도 신문물을 마구 개발 해대는 주제에 전파할 생각 없다며 사람들 약 올리고. 기생충 누나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서 도시 하나가 궤멸되어도 나 몰라라. 작가는 뭔 억하심정인지 누나를 리타이어 시킬 듯 말 듯 기승전결 마렵지? 안 하지롱(이게 이 작품에서의 개그 코드) 같은 만담식 개그성 집필을 해가는 통에 보는 이는 어이 상실.
그러다 문득, 젊은이들의 연애는 꾸준히 내놓으면서 아저씨 연애는 왜 하다 마냐는 겁니다. 누나 때문에 여자 혐오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긴 한데, 40 넘은 아저씨는 연애하면 안 되나? 제일 처음에 크리스티나? 아니 세레스티나인가, 히로인 이름을 거의 비슷하게 지어 나서 막 헷갈리는데, 게다가 히로인들 일러스트는 바키(검색 요망) 어머니삘이고. 아무튼 세레스티나와 이어주려다 40 넘은 아저씨와 16살 여자애는 너무 했나? 싶었겠죠. 로리콘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근데 로리콘을 당당히 표현하면서 왜 아저씨는 안 될까? 어딘가 망가진 히로인들만 나오는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아니 교회의 루..루셰리스인가는 빼고, 하여튼 이세계 히로인들이나, 지구에서 폭사하고 날아온 히로인들이나, 맛이 가버린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상식인으로서, 사실 맛이 가버린 건 아저씨도 매한가지라서 이어주기엔 힘들었겠죠. 그래서 제자가 되어 엑스트라로 전락해버린 게 안타까운. 이후 교회의 루셰리스(이름 맞나 모르겠네)와 이어주려고 호감도 작업을 했으면 밀어 주던가, 요즘은 그녀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맺어지면 완결 시켜야 하는 강박증이라도 있나?
맺으며: e북 중독에 걸려서 하차한 작품도 다시 보는 폐해랄까요. 본 작품의 경우 12권에서 하차했는데, 한 달 구매 금액 맞춘다고 구매했다가 고문 당하고 있습니다. 발매사인 L노벨은 우리나라 라이트 노벨 출판계에서 메이저 회사니까 이런 작품 발매도 가능하겠죠. 자금 여유를 떠나서 리스크 관리도 그만큼 잘 하실 테고, 다른 출판사였으면 진작에 절판 시켰을... 필자도 뭐 대충 읽고 내버려두면 되겠지만 인터넷 서점에 리뷰 올리고 받는 포인트 700점은 꽤 크거든요? 뭔가 목적을 위해 수단이 잘못된 느낌인데, 보고 있으면 오글 거리고, 내가 다 창피하고, 이런 낮은 수준의 개그를 용케도 쓴다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용기만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런 작품이죠. 본 내용인 사신과 4신의 이야기는 질질 끌며 하다 말다 하다 말다, 귀여운 호러 정령들 이야기는 재미있었는데 왜 계속해 주지 않는 걸까, 엑스트라 출연진들 연애는 만담 개그 열혈물로 변질되어도 심혈을 기울여 하면서 아저씨 연애는 도외시되고, 가만 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면 손에 가시가 돋는지 독자(적어도 필자)들을 티벳 여우 일자 눈섭(티벳 여우로 검색하면 이미지 바로 나옴)으로 만들어 버리는 제주가 남다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