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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의 서재
  • [전자책] 너덜너덜한 엘프 씨를 행복하게 하는 약장수 ...
  • 아야사카 쿄우
  • 7,000원 (350)
  • 2024-11-06
  • : 735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옛날에 엘프가 인간 뒤통수를 친 적이 있나 봅니다. 무슨 전쟁에서 인간 연합과 동맹 관계였던 엘프가 참전을 미루는 바람에 인간들은 큰 피해를 입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 뒤에도 엘프들은 이유 없이 인간들 마을도 불태우는 등 만행을 저질렀고, 인간들은 엘프 잡아다 노예로 팔아 버리는 세상이 도래하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약장수입니다. 시골 자그마한 마을에서 은둔 생활하듯 조용히 지내고 있죠. 어느 날 조금 더 큰 마을에 들렀다 전당포에서 어떤 의뢰를 받습니다. 다 죽어가는 엘프 여성 처리해달라고. 그 엘프의 상태는 살아 있는 게 기적일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습니다. 한쪽 눈과 팔다리가 썩어가고, 온몸에 고문의 흔적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성적인 고문도 자행되지 않았을까 하는 뉘앙스를 작중 내에 풀어 놓습니다. 전당포 주인은 무감정한 표정으로 약장수에게 엘프는 약재로도 쓸 수 있으니 가져가라고 합니다. 인간들에게 엘프는 고작 그런 위치입니다. 약장수는 이 엘프 여성을 짊어지고 마을로 돌아갑니다.



이 작품은 단권으로 끝나는 순애물입니다. 주인공인 약장수의 종족은 인간으로서 그도 역시 엘프를 혐오하고 물건 취급하는 부류일까. 아니면 그들과는 다르다는 걸 보여줄까. 이 작품은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누군가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그 종족 모두가 나쁜 것인가. 약장수는 마을로 돌아와 처음엔 환자를 돌보는 것은 약사로서의 의무라 여깁니다. 여기엔 종족 간 차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점점 엘프 여성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기 시작하죠. 그리고 그는 엘프 여성의 소원을 알게 됩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오직 그 말만을 되풀이하는 그녀. 약장수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려 하죠. 그러나 어디의 누구인지조차 모르니 난감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요. 그의 노력 덕분에 죽음의 문턱에서 정신을 차린 그녀. 인간에게 사람으로서의 존엄이 짓밟힌 그녀는 약장수를 혐오하게 될까, 피하게 될까, 무서워하게 될까. 깨어난 그녀는 기억을 잃었고 그나마 온전한 한쪽 눈도 실명한 상태였습니다.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마법이 존재하지만 회복술은 그렇게 발달되어 있지 않습니다. 보통 여느 작품이라면 짠~ 하며 회복술이나 포션류로 멀쩡한 상태로 돌리겠지만, 이 작품은 그런 형편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여전히 팔다리는 썩어가고 있죠. 약장수는 그녀를 살리기 위해 고생을 많이 합니다. 왜 이렇게 사서 고생하는가 같은 질문을 던질 즘에 그의 과거가 드러납니다. 그는 속죄를 바라고 있었죠. 약사로서 사람을 살리는 것. 삶을 끈을 놓지 않고 그저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엘프 여성은 자신을 돌봐주는 약장수가 자신을 괴롭힌, 같은 인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그는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가 아니니까요. 마음을 연다는 것. 그의 지극 정성과 머무는 마을에서 그녀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그녀는 마음을 점차 열어 갑니다. 그녀는 여느 작품처럼 특별한 히로인도 아니며, 특출한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더욱 값진 여운을 만들어 갑니다.



맺으며: 꽤 시리어스하고 사지 절단 같은 좀 적나라한 표현이 들어 있습니다. 여느 작품에서 엘프 노예는 꿈의 이벤트같이 가볍게 표현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비참함의 상징으로 다가옵니다. 엘프에게 나도 당했으니 너도(잘못도 없는) 당해봐라 같은 잘못된 복수극에서 애꿎은 피해자의 모습을 그리죠. 그리고 인간의 추악한 욕망도 보여줍니다. 엘프 여성은 그런 추악한 욕망의 피해자입니다. 범죄 같은 잘못을 저질러 노예로 떨어진 게 아닌 납치되어 팔려가고 능욕 당하는 부조리의 피해자입니다. 주인공인 약장수는 그런 피해자를 보다듬어 주려 하죠. 그런 그의 마음을 보답하려는 듯이 엘프 여성은 점차 그만을 바라보고, 같이 있고 싶어 하고, 같이 걸어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팔다리가 온전치 못한 그녀가, 회복술이 발달하지 않은 세계에서 약장수와 같이 걸어갈 수 있을 만큼 되려면 얼마만큼 노력해야 할까. 어느덧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싹텄을 때, 여느 작품처럼 기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노력만 있을 뿐이죠. 그렇기에 이 작품은 꽤 값지다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마지막에 작가가 형편 좋은 선택을 하는 바람에 약간 김이 새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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