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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의 서재
  • [전자책] 쌍성의 천검사 01
  • 나나노 리쿠
  • 7,000원 (350)
  • 2023-11-15
  • : 128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군웅할거의 시대. 가상의 중국을 배경으로 삼국지 시대를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척영(주인공)'은 10여 년 전 도적에게 부모를 잃고 당대 최고의 무(武)의 집안 장 씨 가문에 거두어진 이후 더부살이 중입니다. 시골 문관이 꿈인 올해 16살 된 남자. 어디에나 있을 시골 남자애 같으면서도 그의 이력은 화려하죠. 무려 1천 년 전 불패의 영웅이 환생한 게 그이니까요. 그는 친구 두 명과 복숭아 나무 아래에서 천하를 통일하자며 결의를 하였고 순풍에 돛 단 듯 95% 달성을 하였으나 꿈은 이루지 못한 채 누명을 쓰고 유명을 달리해야만 했죠. 그리고 1천 년 후 환생을 하였고, 이번엔 조용히 살겠다며 시골 문관을 꿈꾸지만 '장백령(메인 히로인)'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그녀는 생명의 은인이죠. 10여 년 전 도적의 습격에서 혼자 살아남았을 때, 장 씨 가문의 사람들은 피를 뒤집어쓰고 멍하니 있는 그를 끔찍하게 여겨 도적과 같이 묻어 버리려 했으나 그녀가 결사적으로 반대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삼국지를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생선 만진 손을 우물물에 씻듯(고깃국 설화) 겉핥기 식이고 실상은 일본식 액션과 연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판타지물처럼 마법과 능력치 같은 건 나오지 않고, 현실 중세 시대처럼 칼과 화살, 공성전 같은 고전적인 전쟁을 그리고 있죠. 서로 땅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병력을 동원하여 전쟁을 벌이고, 그것으로부터 나라를 지키야만 합니다. 주인공의 나라는 한때 천하를 호령하는 강대국이었으나 지금은 무사안일주의에 정치적으로는 썩어 빠졌고, 적의 침공으로 나라가 반 토막이 나도 군(軍)을 경시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장 씨 가문의 가주는 최전선에서 침공하는 적을 격퇴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중앙으로부터 물자와 인적 지원은 몇 년째 오지도 않습니다. 결국 적의 대대적 침공으로 나라는 위기에 빠져 가고, 주인공은 언제까지고 문관 타령만 하고 있을 수 없게 되었죠. 1천 년 전 영웅의 궤적을 그리듯 주인공은 생명의 은인인 '백령'을 지키기 위해 칼을 들고 전장을 누빕니다.



이게 끝?은 아니고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리뷰가 아니라 본 작품 내용이요. 주된 이야기는 위와 같은 흐름입니다. 적을 맞아 불리한 상황에서 이겨 나가는 이야기를 그리죠. 그 과정에서 과거의 기억과 경험이 위기 상황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약간의 치트 같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런 기억과 경험이 없는 적군이 주인공과 호각으로 싸운다면? 이거 주인공을 욕해야 되지 않나 싶기도 하죠. 연애도 빠짐없이 나옵니다. 히로인은 간이고 쓸개고 다 줄 기세인데 주인공은 일본 특유의 무골충이(연애에서 자각 없는 놈) 역을 톡톡히 해줍니다. 주변은 히로인과 맺어질 거라는 걸 철석같이 믿고 있지만 주인공 혼자만 딴 나라 얘기를 해대죠. 포인트는 히로인이 술 먹고 뻗어서 침대에 누워 있는데도 아무 생각 없는 주인공. 이런 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도 이런 식으로 연애 하나? 인간관계가 좁은 필자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인간미를 더 하려는 장치로서의 역할이지 싶긴 한데.



맺으며: 솔직히 좋은 평가는 못 하겠습니다. 정통 무협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일본식 치트물(마법 없는)을 보는 듯한 주인공 혼자 무쌍을 찍습니다. 활도 잘 쏘고, 칼 솜씨도 좋죠. 머리도 아주 비상합니다. 적군 3만 대군을 맞아 물러섬 없는 기개를 보여주어 적의 혼을 빼놓죠. 주인공 아니면 진즉에, 아니 이때까지 어떻게 버틴 거지? 같은 느낌이 장난 아닙니다. 물론 주인공을 주운 장 씨 가문의 가주가 주인공 못지않은 실력을 가졌다고는 해도 주인공이 너무 특출하게 비추어집니다. 그리고 히로인 '백령'은 말을 더럽게 안 듣습니다. 기가 엄청나게 세서 태권도 도장에라도 보내야 할 판입니다. 남의 말 안 듣고 기가 세다는 조합은 금쪽이가 트럭째로 몰려오는 듯한 답답함이 있습니다. 후반으로 가면 좀 나아지긴 하지만.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질투심이 정말로 대단합니다. 주인공에겐 실력에서 뒤지자 두고 보라는 식으로 도적 퇴치하러 가겠다고 고집을 피웁니다. 기어이 가서 위기에 빠지고 주인공에게 구출되고도 미안한 기색도 없고, 자기 때문에 병사들이 죽었는데도 양삼의 가책도 없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다른 여자와 같이 있는 꼴을 절대 못 봅니다. 분명 왕궁에 갔을 여자(백령)가 왜 여기에? 같은 뚱딴지를 보여주죠. 주인공에 대한 집착이 대단합니다. 작가 딴에는 외로움을 탄다고 포장은 해두었습니다만. 외로움과 집착은 엄연히 다른 것이죠. 이게 다 주인공 때문입니다. 완전 초식남으로 대꾸 하나 못하고, 잘못을 지적하지도 않습니다. 가만 보면 주인공이 금쪽이를 양산하는 듯하죠. 물론 이런 평가는 필자의 극히 주관적으로 다른 분들과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정통 무협에 대하 서사 같은, 잘만 하면 역작이 될 수 있는 작품인데 왜 발암물질 뿌리는 연애를 가미했는지 모르겠군요. 키는 작으면서 특정 부위가 큰 상인 여자까지 가세하면서 질척질척해집니다. 좀 사이좋게 지내면 안 되나? 떡줄 사람(주인공)은 생각도 안 하는데 히로인들은 김칫 국물을 엄청 마셔대죠. 안 들어주면 뒷 끝도 장난 아닙니다. 시작은 삼국5지 같은 대하 서사였는데 어느새 질척질척 연애물이 되어버린 듯한. 에휴... 아무튼 본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쌍성은 칼의 이름입니다. 아마 1천 년 전에는 이루지 못했던 천하 통일을 이루는 게 최종 목표인 거 같긴 한데, 문제는 어떻게 풀어갈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1권 만에 감을 잡으면 그게 더 대단한 거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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