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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의 서재
  • [전자책] 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Ex 2
  • 바바 오키나
  • 7,700원 (380)
  • 2024-11-18
  • : 1,920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왕 아리엘은 본편에서 여주 거미 양의 인생(거생?)을 드리프트 하게 만든 장본인이죠. 일단 계보상 여주의 친할머니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여주나 마왕이나 처음엔 가족이라는 유대는 거의 없다시피 하여 애초에 엄마는 새끼(여주)를 잡아먹으려 했고, 여주는 그런 엄마를 재끼겠다고 정신 공격을 해댔으니까요. 그러다 사생결단으로 엄마를 재끼는데 성공한 여주, 딸(여주 엄마)이 당하자 손녀 재끼겠다고 초음속으로(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날아와 손녀(여주)를 공중분해(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시켜버린 할머니(마왕). 이야~ 이 정도면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을 지경이었죠. 이후 엄마에게 걸었던 정신 공격이 할머니에게도 미치는 바람에 성격이 변해버린 할머니와 어찌저찌 화해 아닌 화해 속에서 같이 지내게 되었습니다만. 야생 동물은 물론이고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도 새끼 - 유년기라는 성장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 애미애비도 몰라보는 관계가 되는 특성을 고려할 때 마물 계열인 이들에게도 가족이라는 유대는 크게 찾아볼 수는 없었죠. 할머니는 손녀에게 이름(시로)을 지어준 것도 이름 부여를 통한 사역이 가능한가 같은 실험 성격이 강했다고 하니 적과의 동침은 이런 건가 싶었을 겁니다. 참고로 여주에겐 그런 거(이름 부여로 사역)는 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같이 지내며 이세계 시스템(스킬, 레벨링)에 관하여 할머니가 깊은 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전에 금기 레벨이 10이 되면서 이세계에 시스템이 도입된 배경을 알아버린 여주는 마왕(할머니)을 적극 도와주는 노선으로 인생(거생?)을 걸게 되었죠. 그리고 할머니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여기서 얄궂게도 이세계 시스템을 도입한 장본인인 관리자 D와 여주의 관계성을 볼 때 인생(거생?)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걸 알게 해주었습니다. 이번 EX2는 본편 완결된 16권 이후 마왕은 어디서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과거 이세계 시스템이 도입된 직후 아포칼립스 상황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여정을 보여줍니다. 좋은 인생이었다는 것은 무엇일까. 마왕은 자신을 돌봐준 여신 사리엘을 구하는데 인생 최대의 목표로 삼았었죠. 과거 엘프 족장에 의해 키메라로 태어나 여신 사리엘에게 구해지고, 키메라 부작용으로 평생을 휠체어에서 살아야 했던 마왕. 그런 그를 아무런 보답도 바라지 않고, 아무런 내색 없이 보살펴준 사리엘. 그리고 별의 에너지를 고갈 시켰던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시스템 중추가 되어버린 여신 사리엘. 사람들에게 별의 에너지를 고갈 시키도록 사주한 엘프 족장. 그 엘프 족장이 사리사욕으로 탄생한 키메라(마왕)의 관계.



마왕은 엘프 족장을 없애고, 이세계 시스템을 붕괴 시켜 여신 사리엘을 구하고자 그렇지 않아도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을 온 힘을 다해 더욱 불사르는 바람에 지금은 주변의 도움 없인 일어나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애초에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기적. 모든 일이 끝나고 과거 이세계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의, 다른 아이들(마왕과 같은 키메라 출신)과 지냈던 고아원에서 이제는 홀로 지내는 마왕을 찾아온 흡혈녀 소피아와 고블린 소년. 그들에게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마치 손주들에게 동화책 읽어주는 할머니처럼 인자하게 설명해 주는 마왕. 과거 이세계 시스템이 도입된 직후, 그때까지의 문명(과락이 고도로 발전한 문명국가)은 붕괴되었고 이에 사회의 혼란은 극에 달하게 되었죠. 마왕 일행을 보살펴 주었던 여신 사리엘은 이제 없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들이닥치는 악의. 악의에서 아이들은 똘똘 뭉쳐야 했고, 그래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나둘 쓰러지는 상황, 안타까운 이별을 보여줍니다. 마왕은 같은 처지였던 아이들을 하나하나 기억하며 내새에서는, 이번엔 내가 찾을 거라고. 처절한 싸움 끝에 시스템 중추로 지내다 사그라질 운명이었던 여신 사리엘을 구해냈고, 짧은 만남 뒤에 내새를 기약하며 이별을 마친 마왕의 좋은 인생이었다고 말하는 장면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 충분했군요.



맺으며: 좋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필자는 많은 생각을 했군요. 실험실에서 다른 아이들과 구해져 운명 공동체로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삶. 사람들의 악의에 끝나버린 삶. 차례차례 다 떠나버리고 홀로 남겨진 마왕. 기나긴 시간을 들여 끝끝내 자신과 아이들의 의지를 관철하여 엄마와 같았던 사리엘을 구해내고 편안함 잠을 들게 해준 마왕. 그리고 이번엔 그 뒤를 따라가려는 마왕. 내새에서 같이 지냈던 아이들을 찾겠다는 의지. 그러니까 마왕에게 있어서 죽음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이만하면 좋은 인생이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가짐.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그런 의미에서 마왕은 좋은 인생을 살았다고 해도 되겠죠. 손녀(여주)도 살아 있고, 비록 자신들에게는 친절하지 않았지만 여신 사리엘이 지키고자 했던 이세계도 시간이 지나면 어찌어찌 원래대로 돌아올 테고. 그렇다면 이제 미련 없이 다른 아이들을 찾으러 가야겠다는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리뷰를 이렇게 길게 한 만큼 내용도 길지 않을까 싶지만 사실 EX2편에서 마왕의 분량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전달되는 메시지의 임팩트가 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만. 2/3가량은 각종 특전에 수록된 외전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입니다. EX1에서 바랐던 여주가 거미일 때의 일러스트는 거의 없어서 아쉬웠군요. 여주의 뒷얘기도 일절 없어서 더욱 아쉬웠고요. EX3가 나오길 간절히 바라야 할 부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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