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가 있는 프랑스 집밥 이야기
프랑스 음식여행
프랑스 요리와 잔잔한 이야기가 힘께 실린 책이다. 저자 배혜정은 남편과 늦은 나이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접했던 음식이야기. 사람이야기. 그리고 지역 곳곳마다 숨겨진 프랑스의 진득한 자연의 정취를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음식 이야기가 먼저일까. 그녀의 소박한 에세이가 먼저일까. 그도 아니면 여행 이야기가 먼저일까. 책은 세 가지 모두의 느낌을 살렸다. 어느 한 가지 음식 이야기를 꺼낼라치면 그녀는 어느새 자신과 그녀의 가족들이 함께 했던 순간들을 소급하며 추억의 장면들을 반추하곤 한다.
구성을 좀 살펴보자.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채소를 이용한 프랑스 가정식)이 1장, 든든한 단품의 요리를 소개하고 있는(든든한 단품 한끼)가 2장, 그리고 치즈와 와인 그리고 디저트를 소개하는(치즈와 와인과 디저트)의 내용을 담고 있는 3장, ( 프랑스 문화에 담긴 맛)4번째 마지막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의 글은 어쩐지 그녀가 소개하는 부드러운 풍미의 프랑스식 요리와 닮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거칠지 않으면서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속재료를 알차게 담고 있다는 인상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음식에 대한 다양한 추억과 경험들은 음식으로 완성되는 식재료와 조리과정, 그리고 음식을 음미하고 즐기는 이들의 소박하지만 잔잔한 이야기들 속에서 오롯하게 완성되는가 싶다. 부록으로 실은 여행지에서 즐기는 이야기 역시 저자의 여유로움과 그들만의 삶의 만족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문득 공지영 작가의 수도원 기행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사심이겠지만 말이다. 오묘하게 오버랩되는 느낌도 나름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두 눈을 빛나게 해주는 색색들이 사진들도 책 읽는 시간을 즐겁게 해준다. 다양한 채소들뿐만 아니라 완성된 요리사진들도 시선을 붙잡는다. 아. 무엇보다 각각의 요리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와 과정을 함께 알려주며, 각각의 요리와 잘 어울리는 다양한 와인의 소개 부분은 저자 배혜정의 섬세한 배려가 아닐까 싶다. 그녀는 실제 한국에 돌아와 식당, 요리 수업, 와인관련 등등 프랑스 요리와 프랑스 식문화를 알리는 분야에서 쌓아온 이력 역시 그녀의 섬세한? 배려심에 풍부한 동력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그녀의 소개로 알게 된 다양한 요리 중에서 기억에 남는 그저 어떤지 시선이 더 갔던 요리들을 적어보면 좋겠다. ‘생선빵’, 이라는 제목을 단 생선 요리. 먼 이국 땅에서 김치가 생각 날 때 먹었다던 양배추 요리 ‘슈크루트 가르니’, 익히지 않은 달걀로 만든다는 ‘초콜릿 무스’와 그 빛깔이 고왔던 ‘레드 와인에 조린 배’ 등등 나열하다보니 너무 많아보인다.
사는 동안 프랑스에 가볼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너무 나이가 든 게 아닐까도 싶지만, 책은 그런 소심함을 달래주는 위로의 선물이다. 이번 책도 프랑스의 푸르른 대자연과, 빛과 향 그리고 맛이 공존하는 요리에 대한 간접경험을 넘치게 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전해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