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고 훑어보는 순간부터 웃음이 났습니다.
'우와. 이게 이름이 있었어?'라는 말과 함께 사전에서 물건 이름을 뒤지듯이 읽었습니다.
귤 알맹이에 붙은 하얀 실 같은 '그거' 아십니까?
전 심지어 고향이 제주도라 귤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그냥 그 귤 알맹이에 붙은 하얀 실에 이름이 있다는 것조차도 몰랐습니다.
그 하얀 실 같은 게 많으면 손으로 깨끗하게 떼어먹기만 했었는데, 그것의 이름은 '귤락'이라고 합니다.
가방끈 조절을 위해 달린 플라스틱 '그거'.
그냥 플라스틱이 아니라 이름이 있었습니다.
바로 '왈자고리, 왈자 조리개', 미국에서는 트라이 글라이드 버클(tri-glide buckle), 웨빙 슬라이드(webbing slide)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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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한자로 왈(曰)을 닮은 고리입니다.
'왈자고리가 깨지는 바람에 가방이 무릎까지 내려온다.' 이런 문장으로 기억하면 쉽습니다.
어떤 끈을 사용하든 붙어 있는 이 네모난 플라스틱에게도 이름이 있었고, 배낭이나 힙색 등에서는 왈자고리에 가로줄이 하나 더 추가된 형태는 그 모양이 사다리를 닮았다 해서 그건 '래더 로크'라고 부릅니다.
신발 신을 때 고리를 손가락에 걸어서 구두 주걱 대신 사용하는 '그거'.
바로 '힐 풀 탭(heel pull tab)이라고 합니다.
운동화를 신으면서 항상 잡아당기기만 해봤지 이름을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이런 물건의 이름은 어떻게 검색을 해야 할지도 애매합니다.
그래서 정말 '그거 뭐지?', '그거 있잖아. 그거 뭐라고 부르지?' 이러다가 그냥 넘기고 말았는데,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그만큼 사람들이 저만큼이나 의문을 가졌던 물건들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이 외에도 '볼라드', '란돌트 고리', '체크아웃 디바이더' 등 생전 처음 알게 되는 이름들을 알게 되면서 없던 쾌감도 생깁니다.
물건의 이름을 모르더라도 우리가 사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그 이름을 알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그거 사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