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루덴스
레스 2010/04/04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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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모 루덴스
- 요한 하위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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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 201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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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하는 인간 : 호모 루덴스』라는 제목에서와 같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놀이를 말한다. 저자는 놀이가 마치 자궁에서 아이가 나오듯이 다른 무엇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 문화 속에 놀이의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결과적인 것이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놀이는 영원한 요소로서 문화뿐 아니라 모든 것이 놀이를 기반으로 태어났고, 놀이 안에서 놀이되며 발전해 왔으며 지금도 마찮가지라고 한다. 즉, 놀이가 모든 것에 선행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맹신적인 놀이 예찬으로밖에 들리지 않을지도 모르나(나또한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어느정도 가졌다는 것을 부정 할 수는 없다.) 어마어마한 양의 예시와 사례를 들며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방대한 연구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만 이러한 저자의 서술방식은 읽는 이로 하여금 조금 지루한 면도 느끼게 하였다. 책장을 넘기며 ‘와~’라는 감탄사는 계속 나왔지만 그런 내용이 계속해서 반복되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귀납적 방식은 다른 이의 비판을 피해가기 힘든데 아니나 다를까 책의 끝부분의 옮긴이 해설을 보면 볼케슈타인 교수의 반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지은이 평생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그저 얼마간의 연구로 인해서는 쓰여질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평생을 바쳐 연구한 그의 업적을 책 한권에(저자의 의도로 봐서는 다 담지 못한 것 같지만)쏟아 부은 것이라 생각된다.
책의 내용을 좀더 살펴보자면 1~2장에서는 놀이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서 정의하고 어떠한 관점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야 할지 제시한다. 특히 2장에서 저자 하위징아는 언어학자 답게 언어적인 측면으로 놀이를 정의해 나간다. 이 또한 이 책의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이다.
놀이는 특정 시간과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자발적 행동 혹은 몰입 행위로서, 자유롭게 받아들여진 규칙을 따르되 그 규칙의 적용은 아주 엄격하며, 놀이 그 자체에 목적이 있고 ‘일상 생활’과는 다른 긴장, 즐거움, 의식을 수반한다. (p.78)
이처럼 놀이를 정의하지만 저자는 한발자국 더 나아간다. 즉 놀이의 경쟁적인 요소를 그리스어 ‘아곤’ 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설명하는데 이러한 요소는 놀이의 여러 요소들 중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진지함’을 놀이의 대립적인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결국은 ‘놀이가 진지함이 되고, 진지함이 놀이가 된다.(p43)’ 라는 표현처럼 놀이 안에 진지함도 포함되어 버린다.
여기서 놀이와 의례의 관계를 볼 수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례도 놀이적인 요소를 지닌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 나아가 뒷부분에 설명하지만 현대의 종교에도 놀이적인 요소가 있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반론이 예측되지만 저자는 플라톤의 말을 인용하며 고등종교에서도 놀이의 요소가 있다고 하며 그렇다고 해서 신성함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플라톤이 놀이와 성사를 동일시한다고 해서 성사를 모독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놀이의 개념을 정신의 최고 영역으로 고양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p.62)
우리가 플라톤의 놀이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한다(고등 종교의 신앙 의식에 놀이 개념을 적용)고 해서 황당무계하다거나 불경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신성에게 바쳐진 성스러운 놀이는 인간 노력의 최고봉이다, 라고 플라톤은 종교의 정의를 내렸다. (중략) 그렇게 한다고(의례를 놀이의 범주에 넣는다고)해서 의례의 신성함이라는 의미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p.75)
그 뒤로 4장에서 10장까지는 법률, 전쟁, 지식, 시, 신화, 철학, 예술에서 발견되는 놀이의 요소와 형태들을 살펴봄으로써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사실 이 부분이 저자의 엄청난 연구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지만 여기서 다 소개하긴 힘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양 문명을 시대의 흐름 순서대로 설명하며 각각의 시대안에서 발견되는 놀이의 요소들을 살펴본 후 끝으로 현대를 살펴본다. 19세기에 들어와서는 합리주의와 공리주의로 인해 놀이가 배척되고 곳곳에서 놀이의 요소가 파괴되었고 현대(여기서 현대란 19세기부터 저자의 시대인 20세기 까지라고 본다.)에는 놀이에는 단지 부차적인 지위밖에 부여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예로 놀이와 분리된 프로스포츠, 과도하게 진지해진 카드게임을 들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놀이의 요소가 별로 없던 것이 놀이의 요소가 더 강화, 발전된것도 있다고 하며 상거래의 예를 든다.
어찌되었든 책의 전반에 걸쳐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시작도 놀이요. 그 발전도 놀이되며 할 수 있었고 지금도 많이 파괴되긴 했지만 곳곳에 놀이의 요소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많은 반론이 제기될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저자의 생각이 옳고 그르다의 측면에서 보기보단 이러한 접근 방법을 새로운 시각으로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며 풍부한 예시와 연구물들을 음미한다면 이 책을 읽는 재미가 훨씬 더 해 지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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