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고 단 한 줄도 써내지 못할까봐 서평단을 신청할 때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회복의 기록'이라는 소개를 보고 당첨되면 펼쳐보기로 결심했는데 운이 좋았다.
나 역시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마음과 내 마음을 분리하여 읽는 것이 힘이 들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각오했음에도 그랬다.
책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나는 아주 폭력적인 방식으로 어머니의 세계로부터 추방되었다.
어머니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음을 알리며 시작하는 이야기는 어머니의 연애담, 아버지와의 결혼, 원치 않았던 임신, 광적이던 교육열과 외도까지 낱낱이 펼쳐놓는다.
나의 말소리가 어머니의 영혼에게까지 들린다면 그 영혼은 나를 휘감고 통곡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 나는 말해야만 해요!"라고 외칠 것이다. 나는 그녀의 욕망을 없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만들고 싶다. 그 욕망을 양지의 빛 위에 올려놓고 싶다. 그것은 한 사람의 육신과 그 영혼이 품었던 삶의 열망에 대해 예의를 다하는 행위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나 역시 마음껏 아파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혼자 하는 추억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상대가 어려워 할까봐, 내가 상처 받을까봐 꺼내기 두려우면서도 간직하기엔 너무 아파서 속으로 곪아가던, 아무에게나 툭 털어놓고 적당한 위로를 받으며 이제 그만 편해지고 싶었던 날들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작가가 책을 쓰는 것은 치유의 과정이었다고 한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계속 이야기 하도록 하는 것일까? 어째서 나는 침묵의 심연에서 걸어 나오길 원할까? 나의 글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그런데 왜 책의 제목을 '태어나는 말들'이라고 붙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삶을 추적하고 파헤치고 조각조각 해부하는 것에 가까운 글들에 말이다. 작가가 곱씹고 곱씹다가 기어이 종이 위에 써내려간, 입술을 뚫고 나오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그래서 태어나야만 했던 이 말들이 작가를 낫게하기 때문일까? 하고 생각하면서 책을 덮었는데 추천사에 떡하니 비슷한 말을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머니가 되었거나, 어머니를 이해하고 싶거나, 3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면ㅡ
말하지 못할 이야기들이 가슴 속에 불이 되어 번지는 아픔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봅니다.
-이 리뷰는 디지털감성 e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