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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를 사랑한다면, 바르바라처럼
  • 이자벨 콜롱바
  • 11,700원 (10%650)
  • 2021-08-03
  • : 52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서포터즈 활동으로 바람의 아이들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이 책을 지금의 타이밍이 아닐 때에 읽었다면 나는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책을 읽어 나갔을 것 같다. 

하필이면 책을 받은 시점이 마이클 셸런버거 작가님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읽고 있는 중간이었고, 정확한 정보의 제공 없이 목소리만 높여서 하는 시위가 얼마나 문제가 되는 지를 한창 읽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의 주인공에게 조금은 날이 선 채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자벨 콜롱바 작가님의 [지구를 사랑한다면 바르바라처럼] 

 

  하지만 이 책은 사실 말하자면 자연환경을 얼마나 아껴야 하는지, 그래서 우리가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관련된 책은 아니었다. 물론 주인공 바르바라는 환경을 아끼고 깨끗한 환경을 위해 심지어 시위를 하는 학생이기 때문에 그녀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다양한 문장들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녀가 그래서 환경을 얼마나 사랑하고 또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었다. 그녀가 하는 행동과 말은 물론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이 어린 소녀를 향한 각종 시선과 공격이었다. 

  TV를 켜거나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하루에도 몇번씩 그리고 하루에도 몇 명씩 누군가를 공격하고 있는 언론을 마주하게 된다. 언론뿐 아니다. 블로그의 글도,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서도 쉽게 누군가에 대한 어떤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상관이 없이) 정보를 접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서 만들어진 2차 3차 저작물이 전국으로 또는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지만, 한 때 과도한 마녀사냥이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잘못된 정보가 마치 사실인 것 마냥 각종 매체를 통해서 뻗어나갔고, 당사자는 사람들에게 '정신이 나갈 정도로' 시달렸다. 사람들은 그 정보의 제대로 된 출처와 사실 여부는 상관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이 굉장히 고고한 사람인 것 마냥 매체 속의 누군가를 비난했다. 

  어떤 사람은 그저 스마트 폰, 또는 TV를 보며 혀를 끌끌 차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그 사람의 모든 신상을 캐내는 한편 직접 찾아가서 돌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그 가족까지 사회적으로 매장시켜 버렸다. 우리는 그것이 매우 쉬워진 세상에 살고 있다. 

  책속의 바르바라는 그저 지구를 사랑하고, 환경을 생각해서 지구를 위협하는 일을 하지 말아 달라 호소하는 한 학생이었다. 같은 뜻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위원회'를 만들고, (조금 격한 방법이지만, 자신의 뜻을 제대로 보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 수업을 거부하고 밖으로 나가 시위를 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처음에 언론은 그런 바르바라와 친구들의 이야기에 환호를 보냈다. 인터뷰를 하고, 그녀가 마치 청소년의 대변자, 미래의 희망인 것처럼 떠받들였다. 물론 바르바라는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걸 어리둥절하게 생각했지만 그녀 역시 사람인지라 기분이 좋았을 거다. 그리고 얼마간의 책임감도 생겼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대통령의 보좌관의 전화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물론, 나는 그녀가 잘못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녀가 아직 어리다던지, 생각이 없었다던지 변명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그녀는 적어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소녀이기 때문이다.) 다만, 고작 대통령의 초대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거짓된 정보를 언론에 뿌린, 그리고 그녀가 정말 바라는 것은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을 것이면서, 정치적으로 그녀를 이용하려는 대통령을 '허언꾼'이라고 언론을 통해 비난했다는 이유로 

 그녀가 치뤄야 할 대가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어른이 아이를 상대로 했다기엔 더럽고 치사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역시나 사람들은 진실이 무엇인지 쳐다보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고작 고등학생인 그녀를 성적 대상으로 합성해서 그녀의 주변 인물들에게 보낸 것이나, 불량배를 이용해 그녀를 폭행했던 일들은 정말이지 이것이 청소년 대상 소설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나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이 이야기가 그냥 소설에서 그치지 않고, 정말로 현실에서 너무나도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기도 했다. 

 특히 바르바라를 성적 대상으로 만들어버린 합성이라던지, 사진들 그리고 그것을 퍼다 나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리고 바르바라가 '여성은 성기와 가슴과 엉덩이로 이루어져 있는 건가?'하고 절망하는 장면이 (나는 절망처럼 느껴졌다.) 평생을 가정폭력에 시달린 그녀의 할머니의 이야기와 어우러져 또 한 번 좌절했다. 어쩌면 우리가 한걸음 나아갔다고 느끼는 것은 허상이고, 그냥 방법만 바뀐 것이 아닐까? 오히려 더 악랄하고 잔인하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비해 '연쇄살인'이 줄어들지 않았냐는 물음에 전문가는 '방법이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n번방'이 여성을 (또는 남성을) 자살로 몰고 가는데, 그것 또한 연쇄살인이라고 엄숙하게 말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바르바라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면서 그리고 언론에 노출이 되면서 세상에 바랐던 반응은 이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녀를 향해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그녀를 삼키려 했다. 고작 20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를 상대로...! 

 어른으로써 나 역시 이렇게 노출 된 아이들을 지켜줄 수 없을 것 같다는 무기력함이 한몫 더 했다. 끊임없이 배우고 끊임없이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 뒤를 따라올 미래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 그것은 '환경보호'의 차원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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