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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부자
  •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 홍세화
  • 19,800원 (10%1,100)
  • 2025-04-11
  • : 7,699
홍세화 선생이 망명을 신청했던 당시의 한국은 민주주의가 말살되어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던 시대였다. 그는 머나먼 이국의 땅 빠리에서 택시운전사로 살아가며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똘레랑스의 가치를 전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오늘날의 한국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민주주의는 어느정도 진전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사람들의 태도는 그때와 다를 바 없다.
이 나라에선 토론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다른 의견은 이해보단 침묵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어떤 단어는 입 밖으로 꺼내는 것만으로 주변을 서늘하게 만든다.
겉으로는 자유롭고 모든 표현이 허용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대화 속에 정해진 규율이 있고 말해서는 안되는 금지어가 팽배한 나라. 바로 그런 곳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케케묵은 관습에 지친 사람들은 말한다. 헬조선. 여기선 더 이상 못살겠다고.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말이 해외여행 간다는 말처럼 들렸지만, 지금의 사람들은 진짜로 한국을 떠날 준비를 한다. 그리고 떠난다.
홍세화 선생은 한국을 그리워하고 그곳에 닿지 못함에 애달파하며 책의 1부를 마무리한다. 그러나 오늘날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음에도 고국의 땅을 밟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그들은 여전히 한국어로 책을 읽고 한식을 먹고 케이팝을 들으며 살아가지만, 한국을 삶의 터전이라 여기진 않는다. 그저 망명하듯 떠나온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인생과 삶을 모색할 뿐이다.

얼마 전 무려 2,400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브 채널에서 업로드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제목은 이랬다. SOUTH KOREA IS OVER. 한국은 망했다는 뜻이다. 이런 말이 과장이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정말로 망해가는 중이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서 지금의 월급으론 제대로 된 집 한채조차 마련하지못하고, 청년층은 취업난에 시달리며 노인은 빈곤에 내몰린다. 사회의 꼭대기에 있는 기득권층은 불안을 이유로 변화 대신 보전을 택하고 그 외 다수는 피로감을 이유로 침묵한다.
이런 상황이 비단 사회구조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건 우리 모두가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얕보고 외면한 결과다. 변화에 무관심했던 다수의 침묵이, 연대의 가치 대신 돈의 가치에 무게를 두었던 지난날의 과오가 지금의 현실을 만들었다.
이 흐름을 바꿀 방법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현재의 거대양당 체제의 정치 구조와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은 이전과는 다른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젊은 감각을 가진 자에게 정책 수립의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젊음은 단순히 나이가 어린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걸 제대로 꼬집을 줄 아는 혜안을 가진 사람에게 사회를 설계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정치는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라 불편하고 까다로운 책임의 자리다.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정치인이 많아지고 그 책임을 묻는 시민이 늘어날 때 사회는 달라질 수 있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언어가 일상에 존재하고 혐오가 아니라 연대라는 말이 더 자주 들리는 사회.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것은 그런 모습이 아닐까.
책의 뒷면에 적힌 문구로 글을 마무리해본다.
혐오하기보다는 분노하라. 분노하기보다는 연대하고 동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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