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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부자
  • 위저드 베이커리 (양장)
  • 구병모
  • 14,400원 (10%800)
  • 2022-03-27
  • : 5,474
어릴 땐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와닿지 않았다. 사실, 선택이 뭐고 책임이 뭔지 알 필요가 없었다. 그 시절의 고민은 친구랑 뭐하고 놀아야 할지, 쉬는 시간에 매점에 갈지 말지, 고작 그정도였으니까. 선택에 따른 책임 역시 가벼웠고 웬만한 일은 대충 웃고 넘기면 됐다.
그런데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을수록 선택의 무게가 점점 더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무심코 내린 결정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불러오고, 그 상황을 감당하고 수습하는게 오로지 내 몫이라는 걸 깨닫고 나니 두려움이 앞섰다. 선택의 기회가 많아질수록 자주 망설였고 자꾸만 뒤로 숨었다. 그렇게 뭐가 더 안전한지 재고 또 재느라 놓쳐버린 순간들이 쌓여갔다.
그래서 요즘의 나에겐 메모리얼 아몬드 스틱이 필요하다. 가장 두려웠던 기억을 마주하고 나면 앞으로의 선택은 조금 덜 무서워질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또렷해진 기억 위에 용기를 단단하게 쌓아 올려보고 싶다. 훗날 그 자리를 지나칠 땐 두려움 없이 걸어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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