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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머문 자리엔 ...
  • 나의 덴마크 선생님
  • 정혜선
  • 14,400원 (10%800)
  • 2022-01-28
  • : 1,141



 

 

“ 우리의 몸과 마음에 남아 언제든 꺼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덴마크의 세계시민학교, 호이스콜레(hojskole). ”

 

 

지금의 삶을 살고 있다 보면, 문득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훌쩍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그냥 아무 이유없이 아무 생각없이 쉬고 싶기도 하고, 현실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나를 돌아보고 싶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하는 거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내 현실로 돌아와 그만 마음을 접고 만다. 그런데 여기, 생각을 생각으로 그치지 않고 훌쩍 덴마크로 떠난 이가 있다.

 

덴마크 세계시민학교인 호이스콜레는 말 그대로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살며 배우는 학교다. 국적, 나이, 성별, 인종 등에 구별 없이 누구나 올 수 있는 학교로 온갖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학교를 구성한다. 배우는 과목 역시도 사람만큼이나 다양하다. 정치, 철학에서부터 문화, 역사, 인권, 환경, 기후 등에 이르기까지 실제 우리 삶에서 피부로 느껴야 하는 주제들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토론과 발표가 주를 이루는 수업에서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까지도 배우고 또 그 배움을 나눈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은 수업이 참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일본 ‘위안부’문제를 일본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눈 수업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루기 조심스럽다는 이유로 회피할 법한 문제들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에서 이런 수업이야 말로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배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한국과 일본이 아닌 덴마크 학교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고 있다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교육과 역사를 전공한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면, 일본 학생들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 주었을까 하고 잠깐 상상해 보았는데, 상상만으로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식을 얻고 배울 때는 하나의 사건에 불과 할 수 있는 일일지 모르나 당사자가 되어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었을 때는 피부로 와 닿게 되는 법이니까. 현재가 역사가 되는 순간을 몸소 느끼는 수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속 한 켠,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내내든 생각은 덴마크의 세계시민학교인 호이스콜레처럼 한국에도 학생들뿐만 아니라 세계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학교가 다양하게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지식을 쌓기 위한 학교가 아니라 인생을 배울 수 있는 학교. 내 안의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를 채워줄 수 있는 학교. 그런 배움이 존재하는 학교가 일반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공부하며 살아왔는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공부가 대체 무엇을 위한 걸까 하는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삶을 위한 공부라기보다는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단일민족에 한반도라는 지역의 특성까지 더해져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여러 나라와 민족과 인종에 대한 인식이 낮은 나라이니까. 만약 한국에서도 이런 학교가 대중화 되게 된다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생활 속에서 배우는 교육들이 얼마나 값질까 하는 상상을 해 보게 된다. 무한 경쟁에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이런 의미 있는 학교가 대중화 되는 날이 꼭 오기를 기대해 본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너무 뜬금없는 대목에서 눈물이 나 스스로도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분명한 건, 이유 있는 눈물이었다는 것이다. 늘 해외에서 공부하기를 꿈꿔왔던 나에게 작가님의 늦은 도전은 다시금 스무 살 즈음의 열정 가득했던 나로 돌아가게 만들었고, (여기서 늦은 도전이란 한국에서 생각하는 ‘늦음’의 표현이다.) 지금도 여전히 배움의 끈을 놓고 있진 않지만, 앞으로의 배움에 있어서 어떠한 도전도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는 용기도 주었다. 공부도 때가 있다는 말. 그 말의 틀에 갇혀 ‘지금은, 이제는, 앞으로는 못하겠지’하며 포기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이 책을 읽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도, 이제도, 앞으로도 늦지 않았다는 것을 배웠으니까.

 

 

달빛처럼 - https://blog.naver.com/qwerty0205/22269445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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