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깊어질수록 마음이 이유 없이 가라앉았다.
몸도 쉽게 피곤해지고, 생각도 흐려져
책 한 장 읽는 것조차 버거운 날이 많았다.
그래서 더더욱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실내 자전거 위에서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조금씩 책과 다시 가까워져 보기로 했다.
그때 내 손에 들어온 책이
셀마 라겔뢰프의 《포르투갈 황제》.
인스타그램 우주스토리 서평단에 신청해서 받은 책이라
괜히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동글동글한 나무와 알록달록한 색감이
따뜻함을 품은 표지.
하지만 이 소설이 품은 마음은
그 따뜻함을 넘어서는 깊은 울림이었다.
이야기는 시골 일꾼 ‘얀’과 그의 딸 ‘클라라’에서 시작된다.
얀에게 딸은 삶의 기쁨이자 온기였는데
어느 순간 딸이 도시로 떠나고,
시간이 흐를수록 소식은 끊겨버린다.
그리고 얀은 현실의 공허함을 견디지 못한 채
스스로를 ‘포르투갈 황제’라고 믿기 시작한다.
언젠가 클라라가 ‘여왕’이 되어
자신을 데리러 올 거라는 믿음.
그 환상은 슬픔을 숨기려는 도피이자
아버지로서 마지막으로 붙잡은 사랑이었다.
그래서 더 먹먹하게 다가왔다.
읽는 동안 여러 번 페이지 모서리를 접고
밑줄을 그었다.
짧은 문장들이지만
마음의 깊은 부분을 부드럽게 흔든다.
가장 여운이 남았던 문장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클라라에 대해 적힌 이 구절.
“부모님의 무덤 옆에 서 있는 그녀는
마치 태양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오랜 전 빨간 드레스를 입고 교회로 향하던 그날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짧지만 깊고, 조용하지만 울림이 크다.
올가을 마음이 가라앉아 있던 나에게
작은 숨을 다시 불어넣어준 한 권.
읽고 나면 하루의 색이 조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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