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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민님의 서재

한번은 그가 걸인 행세를 하고 나온 적이 있다. 다 떨어진옷에 가발을 쓴 그는 쉴 틈 없이 사람들을 몰아치며 웃겼다.
세상이 떠나가라 웃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후드득 눈물이나왔다. 필사적으로 웃음의 그물을 치는 그와 통통한 물고기처럼 왁자하게 입을 벌리고 웃는 사람들의 결합은 이상하리만치 감동적이었다. 사소한 수치심 하나까지도 깊숙이 간직하고 살아가는 나로서는 자신을 재료 삼아 대중과 줄다리기를 하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용감해 보였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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