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건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개구리의 사유를 따라가는 고요하고 차분한 느낌의 책이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어린 아이들의 성정으로 비추어 봤을 때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책은 왠지 안좋아할 것 같은데 굉장히 좋아했다. 개구리나 원숭이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아이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누구나 태어나서 만나는 모든 것을 새롭게 발견한다는 면에서 모두가 철학자인걸까지. 갓 두세달쯤 된 아이가 ‘손’ ‘발’을 발견해서 뚫어지게 쳐다보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아이들은 원래 그렇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유난히도 생각을 다르게 하고 독특한 말을 잘 하는 둘째가 자꾸 떠오르는 책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은 어떤 마음이지 궁금해서 풀과 함께 흔들리며 풀의 마음을 생각해보는 개구리로 첫 장면을 연다. 이렇게 모든 것을 생각하는 개구리,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생각해보는 개구리의 여러가지 생각들(얼굴, 하늘, 나)을 담은 책이다. 네 컷 만화의 형식을 통해서 개구리가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다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생각이 어떻게 차근차근 발전해 나가는지도 그려내고 있다.
‘나’와 ‘너’의 발견하는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다. 기억에 남는 삶의 한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섯살이던 둘째에게 ‘우리 승현이 예쁘네’ 라고 했는데, 승현이가 생각하기에 엄마는 나를 보고 예쁘다고 하는데 자기는 스스로 예쁜지 안예쁜지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생각하는 개구리처럼 한참 곰곰 생각하더니 “예쁜지 보려면 두 명이 있어야 해”라고 했다. 그 날이 승현이에게는 엄마와 나의 시각이 다르고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날이 아니었나 싶다. 나에게는 나지만 너에게는 너고 나에게는 너지만 너에게는 나인. 별개의 존재이면서도 서로 관계를 맺는 존재. 그럼으로써 서로 시각의 차이가가 나고 또 그렇기에 세상이 다채롭다는 것. 말로 설명하긴 무척 어렵지만 그것을 ‘아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아이에게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모습을 그림책에서 아주 절묘하고 자세하고 집요하게 담아낸 것 같다.
우리가 마주하는 아주 사소한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