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책을 끼고 살았던 나는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책을 좋아한다. 특히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을 만나면 그 책을 읽던 무렵의 추억들도 함께 떠올라서, 점점 퇴색되어 가는 나의 기억력을 그나마 뒷받침 해주는 효과도 있어서 책은 늘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 중 <어린 왕자>는 내게 조금 특별한 작품이다. 학창 시절 우연히 예쁜 편지지 한 귀퉁이에서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라고 적힌 글귀를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서 얼마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비록 짧은 한 문장이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설렘과 행복이 너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문장이 과연 어떤 책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해 한참을 찾아 헤맸고, 마침내 <어린 왕자>에 나오는 구절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모아둔 용돈을 들고 서점으로 당장 뛰어가서 책을 사던 그 날의 기억은 아직도 내게 생생하다.

이번에 읽은 『어린 왕자 영어 필사』는 단순히 소설을 다시 읽는 경험을 넘어, 한 문장 한 문장을 직접 써 내려가며 작품을 더욱 깊이 음미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특히 영어 원문과 함께 필사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이야기의 감동과 영어 표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책의 부제인 '하루 10분으로 마음에 위로가 되는'이라는 말처럼 하루에 10분 정도 시간을 내어 천천히 글을 따라 쓰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까지 차분해질 뿐 아니라 영어공부까지 할 수 있어 그야말로 1석 2조였다.
<어린 왕자>에서 가장 인상 깊은 관계는 어린 왕자와 장미의 관계이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에 있는 단 하나의 장미를 사랑하지만, 장미의 허영심과 까다로운 태도 때문에 상처를 받고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여러 별과 지구를 여행하며 그는 자신이 떠나온 장미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장미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 사랑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사랑이란 단순히 감정이 아니라 책임과 관심, 그리고 서로를 위한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 또한 알려준다.
또한 어린 왕자와 여우의 만남은 작품의 핵심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은 '어린 왕자'의 전편이라 여우 이야기는 이 책에서 볼 수 없다. 후편에 등장한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 준다.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 가는 과정, 그리고 관계 속에서 생기는 책임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라는 문장은 여우가 어린 왕자와의 관계를 통해 느끼는 설렘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학창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바로 그 문장이 비록 이 전편의 책에는 없어서 아쉽지만 그 감동적인 장면을 보기 위해 '후편'도 구입해서 볼 예정이다. 어린 왕자에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삶의 진실도 전해 주는 여우! 여우와 어린 왕자의 감동적인 투샷을 보기 위해 얼른 후편을 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