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지인의 카톡 대문사진을 보고는 그 신비함에 한참을 넋을 놓고 본 적이 있다. 바닥이 거울인 곳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서 있는 모습을 그대로 반영해서 찍은 신비한 분위기의 사진이었다. 데칼코마니같은 하늘과 바닥 그 사이에서 장화를 신고 너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던 지인의 사진은 한동안 내 머릿속에 계속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그 곳이 바로 우유니 사막이라는 것을 알고나서 지금까지 우유니 사막은 내가 꼭 가보고 싶은 1순위가 되었다. 그 덕에 볼리비아는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1순위가 된 것은 어쩜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토고 가보고 싶은 나라 볼리비아는 애석하게도 너무 멀기도 하고 쉽게 여행갈 엄두를 못내는 것이 현실이기에 남미에 관한 책을 발견하면 시간을 빼서라도 꼭 읽어보는데 이 책이 바로 그랬다. '모질이의 안데스 일기'라는 제목 속에서 발견한 '안데스'는 볼리비아 이야기를 담고 있을거라는 믿음을 충분히 주고도 남았기에 주저없이 책을 펼쳐들었다.
고려대학교에서 언론학을 공부하고 제일기획, 해태음료 등에서 일했던 저자는 스스로를 모자란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스스로를 '모질이'라고 칭하고 있다. 한창 직장에서 일을 하던 시절에는 다산의 책을 읽었고, 퇴직 이후에는 마음의 허함을 연암 박지원의 책들로 채워간다는 저자는 책과 저자들의 현장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어 세계 각지로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연암의 <열하일기>가 여행의 지침서가 되었다는 저자는 그의 동반자 '소심'과 함께 유럽을 세 번이나 다녀왔단다. 첫번 째는 호기심 때문에, 두번 째는 멕시코와 쿠바 여행의 미끼 상품에 현혹되어, 세번 째는 연암을 생각하면서 여해을 계획하고 그를 가슴에 품고 남미의 이곳과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그의 눈을 배우려고 했다는 그의 고백은 뭔가 울림을 준다. 책을 통해 한 인물을 만나게 되고 그의 시선에서 바라보고자 여행을 택했다는 저자는 그야말로 '실천하는 독서'를 제대로 증거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페이지 페이지 빼곡하게 써내려간 그의 일기는 얼마나 그가 열정으로 가득한지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다.
큼직큼직한 사진들, 간결한 어투의 문체, 마치 눈앞에 펼쳐지듯 묘사하고 있는 사실적 표현들은 그의 넘치는 위트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내가 제일 관심있는 볼리비아 파트를 읽다가 그가 얘기하는 '고산병 8계명'은 이 책이 여행에세이 책이 맞나 할 정도로 나를 빵 터지게 만들었다.
2023년 3월부터 같은 해 4월까지 한 달 여간 빼곡히 써내려간 그의 일기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못지 않게 여행지 곳곳을 세세하게 소개하고 그의 느낌 또한 함께 잘 담겨있다. 때로는 사명감마저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책제목 역시 '모질이의 안데스 일기'라고 지었나보다. 28일간 안데스의 과거와 현재를 거닌 그의 일기는 볼리비아를 향한 나의 마음에 '간절함'을 한 스푼 넣고도 남았다.
그래! 당장 나의 버킷리스트에 기록하자. 기록하고 준비하다 보면 나도 나만의 안데스 일기를 쓸 날이 오리라 믿는다. 여기저기 뽈뽈거리고 돌아다니면서 '모질이의 안데스 일기'가 아닌 '꼬질이의 안데스 일기'를 쓸 그 날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