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책을 고를 때 제목에 반해서 덥석 집어들 때가 많다. 이 책도 그랬다. 마치 음성지원이 되는 것마냥 책제목이 내 귓에 대고 속삭여주는 것만 같았다.
" 괜찮아! 너만 생각해. 무조건 너부터 생각해도 돼! 그래도 돼! "
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왜 울컥해진걸까?
나이가 들어가는 탓이지, 남들이 말하는 갱년기가 슬슬 찾아와서인지 요즘 부쩍 마음이 약해지는 느낌이다. 가족들에게 문제가 생겨도 내 탓 같고, 직장에서 문제가 생겨도 내 탓 같고, 내가 속한 공동체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해도 뭔가 모르게 마음이 편치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왜 그렇게 울컥했을까? 아무도 나에게 해주지 않은 말인 동시에 그동안 너무도 듣고 싶었던 말이어서일까?
신경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어린 시절 가와사키병에 걸린 후유증으로 심장에 혹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격한 운동은 할 수가 없었기에 수영, 축구, 장거리 달리기는 쳐다볼 수도 없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그런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비참했을까. 그런데 기특하게도 저자는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자신의 탓이 아니라 단지 '병'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할 수 없는 나'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한 마디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그 삶을 수용한 것이다. 말이 쉬워 수용이지 그게 어디 쉽냔 말이다.
저자는 모두 5개의 챕터 아래 8~10개의 소주제로 이야기들을 풀어가고 있다. 그런데 소주제만 읽어도 힐링이 되니 책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제목들만이라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여러 가지 소주제들 중 특히 나에게 와닿은 것들이 있으니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MBTI로 표현할 때 나는 지극히 I의 성향이 다분하다. 여러 사람들과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니 말이다. 모든 I 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상당히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고 싶지 않아서 부단히 노력하고는 있는데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 그런 내 모습에 또 나는 실망하고 '그러면 그렇지. 내가 어딜 가겠어?'라며 자기 부정을 하곤 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그런 나조차도 인정하고 받아주란다. 내 감정이 중요하고, 그런 감정을 가진 내가 가장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에 무거웠던 마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그러고나니 다른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던 것을 나에게로 조금씩 방향을 틀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자의 말대로 '다른 사람은 나를 위해 살아주지 않기' 때문이니 말이다.
어찌 보면 뻔한 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어느 책 제목처럼 진리는 단순한 것이다. 누구나 다 알고, 누구나 다 말할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이렇게 책으로 엮어낸 저자에게 마냥 감사를 전하고 싶다. 삶이 녹록치 않고 어깨가 자꾸 움츠러들 때면 이 책들의 제목만 휘익 읽어도 힘이 날 것 같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따뜻한 생강차 한 잔 하듯 마음에 감기가 오려고 할 때 앞으로 이 책을 펼쳐보려고 한다. '내 마음의 생강차' 한 잔 아니 한 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