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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한 시간
  • 나는 마흔에 K-장녀를 그만두기로 했다
  • 잔디아이
  • 16,920원 (10%940)
  • 2024-12-10
  • : 975

     제목에 반해버렸다. 제목 끝의 '장녀를 그만두기로 했다'는 문장만 보는데도 무한한 카타르시스마저 느낄 정도였으니 말이다. 삶에 지쳐 너무 힘들 때면 사표 쓰듯 장녀를 사표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기에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힐링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이 책의 저자는 정말 그랬을까 하는 궁금함, 그러고도 괜찮았을까 하는 염려됨, 나는 꿈만 꾸던 걸 정말 해낸 사람이 있구나 하는 부러움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동시에 겹쳤다.


     이 세상에 장녀가 없는 곳이 어디 있겠냐만은 알파벳 K가 그 앞에 붙는 순간 그 의미는 조금 달라진다. 'K-장녀'. 사람들은 다른 말로 '살림 밑천'이라고도 부른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살림 밑천'이라는 꼬리표는 '동생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언제나 의젓하고 동생들에게 양보해야 한다', '부모님이 안 계실 때는 네가 부모다' 등등의 말들과 함께 작은 나의 어깨를 더 작게 움츠러들게 했던 것 같다.


     저자는 K-장녀임과 동시에 성숙하지 못한 부모님 밑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상처가 있는 사람이었다. 특히 저자가 '연산군'이라고 칭할 정도로 '어른아이'의 모습에서 멈춰버린 아버지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독단적이고 유치한 언행으로 인해 어린 시절 내내 고아 아닌 고아처럼 외롭고 슬픈 시간을 견뎌야 했다. 성인이 되어 다행히 마음 따뜻한 남편을 만나고 두 딸을 키우면서 내면의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긴 했지만 저자는 스스로를 좀 더 깊이 만나기 위해 상담도 하며 자신을 가꾸며 점점 성장해간다.

     결말이 궁금했다. '그래서 다시 화해하고 원가족으로 돌아갔을까?', '친정 부모님이 미안하다고 사과 하셨을까?'등 혼자서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며 결말까지 읽었다. 저자는 이렇다 저렇다 속시원히 밝히진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제 제대로 자기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과 같은 K-장녀들을 비롯해서 이런 저런 이유들로 삶이 힘든 이들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마음챙김에는 늦은 때가 없으며 내 자신은 내가 챙겨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용기내어 첫발을 떼보라며 독자들을 향해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고 있다.

사표 쓰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는데 사표는 잠시 접어두고 휴가를 낼까 한다. 부모님을 위해, 동생들을 위해 나는 늘 후순위였는데 이제 그 순위를 조금 당겨보려고 한다. 1순위? 아니 0순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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