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한창 사춘기를 겪던 무렵, 육아선배들이 늘 얘기해주던 말을 곱씹으며 참고 참고 또 참았다. (사춘기 아이들은 술취한 사람과 같다. 술깨고 나면 정상을 찾으니 이 때만 참아주라던 선배들의 경험담을 수천 번 되뇌이고 또 되뇌였더랬다) 그렇게 참다참다 도저히 참지 못해 너무 화가 치밀 때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 엄마 갱년기 오면 너가 한것처럼 똑같이 해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갱년기는 나에겐 올 것 같지 않은 남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친구들이 종종 얘기하던 '얼굴에 열이 오르곤 한다'는 증상을 최근에 나도 몇 번 겪게 되었다. 무서우리만치 덥던 그 여름이 지나고 이제야 가을이다 싶게 선선해진 요즈음 상체가 더운 느낌, 구체적으로 얼굴이 달아오르는 듯한 열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일시적으로 잠시 그러다 멈추긴 했지만 곱씹어볼수록 어느덧 나도 갱년기의 문턱에 들어섰구나 싶은 생각에 뭔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지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사실 '갱년기'를 검색해보니 '폐경 전후 10년'이란다. 그럼 정말 부인할 수 없는 게 맞다)
묘한 착잡함과 다소 울적한 마음이 드는데 이 책의 부제가 나를 사로잡는다.
"50대에도 30대 같은 체력을,
40대에도 20대 같은 몸을!
치매, 건망증, 당뇨, 갱년기를 막는 백세건강 필독서!"
뿐만 아니라 평소 유튜브에서 채널 구독을 해서 거의 매일이다시피 영상에서 뵙는 김소형 박사님이 쓴 책이라니 의심의 여지없이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었다. 한 줄, 한 줄 밑줄을 그어가며 수능공부하듯 꼼꼼히 읽어보았다.
책 제목을 볼 때부터 궁금했던 '오토파지'란 우리몸의 시스템중의 하나라고 한다. 우리 몸속을 구성하는 단백질들 중 손상되거나 수명이 다 된 단백질을 없애고 새로 만든 단백질로 교체하는 공장시스템! 그것이 바로 '오토파지(Autophagy)'라는 것이다. '세포 속에서 발생하는 낡은 것들, 못 쓰게 된 것들, 성능이 떨어진 것들을 스스로 먹어 치우는 현상'이라는 뜻으로 '자가포식'이라고도 한단다. 이 오토파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우리 몸은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그만큼 중요한 시스템이긴 하나 애석하게도 오토파지는 마치 얌체(?)처럼 딱 필요한 만큼만 작동을 한다는 것이다. 즉,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정도로만 작동을 한다는 것! 그러하기에 오토파지가 위급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오토파지를 일하게 하는 방법인데 그 중 가장 쉽고 대표적인 방법이 '소식'이란다. 소식, 단식, 간헐적 단식 등 한창 떠들썩하게 유행하던 그 식이요법들이 오토파지가 가동될 수 있게 하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김소형 박사님은 이 책에서 우리의 오토파지를 활성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안내해주신다. 노화를 예방하는 식단, 젊음을 얻는 운동방법, 노화를 막는 생활 습관 등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가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하나하나 소개해주신다. 여러 가지의 방법들 중 지금 나에게 딱 필요한 3가지를 찾았으니 바로 '와인 마시기', '근력운동하기', '인터벌 걷기'이다. 물론 이것 외에도 이제 막 갱년기가 오려고 노크를 하기 시작한 나에게 필요한 실천방법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당분간은 이 책을 끼고 살아야할까 싶다. 수시로 펼쳐 읽으면서 나의 오토파지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그래서 언젠가 제대로 겪게 될 갱년기를 위해 지금부터 몸을 만들어가야겠다. 이 책의 부제가 꼭 실현될 수 있길 기대하며 말이다.
'50대에도 30대 같은 체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