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스트는 꽃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총칭이다.
꽃은 크게 생화와 조화로 나뉘고,
생화는 다시 분화와 절화로 나뉜다.
각각의 분야는 너무나 전문적이어서
'플로리스트'로 불리는 사람이더라도
자기 분야 이외의 것들은 잘 알지 못한다.
- p. 9 中 -
이 책의 저자는 '남자는 공대'라는 공식이 통용되던 시절 별다른 생각없이 수능점수에 맞춰 공대 전기전자공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다녀보니 적성과 동떨어진 곳이라 당연히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도피하듯 군대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을 좀 더 들여다본 결과, 본인은 여럿이서 함께 하는 것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편안해하고,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거나 그리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러다 막연히 플로리스트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던 중 병장으로서의 마지막 휴가를 나와서 운명적으로 발견한 작은 꽃집. 저자는 다짜고짜 꽃집에 들어가 제대 후에 이곳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놀랍게도 사장님의 허락을 받게 된다. 제대 후 약속대로 꽃집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배우게 된 저자는 영국으로 연수를 떠나 그곳 플라워 스쿨에서 6개월간의 교육을 받고, 그 교육이 채 끝나기도 전에 취업이 되어 런던에서 2년을 보내게 된다.
저자의 행적(?)을 곰곰히 살펴보면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싶다가도, 가만히 있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군인의 신분으로 꽃집주인과 딜(?)을 하고, 영어도 잘 안되면서 영국으로 6개월 연수를 신청해서 떠나고, 플로리스트로서의 경력도 얼마 안되지만 과감히 지원하여 런던에서 취업까지 하게 되고, 혼자 조용히 있길 좋아한다면서 이제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강연도 하는 등 그의 삶은 그야말로 한시도 가만히 있는 순간이 없어 보인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질 정도이니 말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플로리스트님!"이라고 불러줄 때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설레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윤철 플로리스트님. 그러 때면 자신을 알아주는 것만 같아 고마운 마음에 예쁜 꽃 두세 송이 더 챙겨준다고 하는 그. 하루하루의 삶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한다는 그가 에필로그에 남긴 글귀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꽃들도 그러한 시간을 통해 지구에 자리 잡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꽃씨는 싹을 틔우는 그 순간
어떻게 하면 지구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절한 햇살을 받기 위해
얼굴을 태양 쪽으로 내미는 것에 집중했을 것이고
단 한 모금의 물을 빨아올리기 위해
뿌리를 뻗치는 것에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 p. 247 中 -
막막한 미래를 생각하며 하루하루 걱정이 될 때,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맞나 자꾸 주위를 두리번 거리게 될 때 이 책을 펼쳐들면 좋을 것 같다. 향긋한 꽃향기는 맡을 수 없지만, '꽃쟁이' 이윤철 플로리스트님이 들려주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위로가 되고 힘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