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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한 시간
  • 오늘의 토스카나 레시피
  • 권순환.윤수지
  • 18,000원 (10%1,000)
  • 2024-08-05
  • : 385

      작년 8월, 가족들과 함께 유럽 4개국 여행을 갔었더랬다. 영국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스위스, 그리고 프랑스까지 이어지는 긴 여행이었는데 4개국 여행이 모두 좋았으나 특히 마음 한 구석에 묵직하게 감흥이 남는 곳이 있으니 바로 이탈리아이다. 로마를 시작으로 피렌체, 밀라노를 지나 베네치아를 거친 후 스위스로 가는 일정이었는데 피렌체가 가장 내 마음에 남았다. 두오모 성당을 비롯해서 곳곳에서 자유롭게 버스킹 연주를 들을 수 있었던 광장들은 지금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 감흥을 안고 베네치아로 올라가던 길에 토스카나 지역을 지났는데 노란 해바라기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던 평원의 모습은 내 마음을 또 한 번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오래전에 본 영화 '글레디에이터'의 엔딩장면으로 유명한 토스카나답게 길가마다 일렬 종대로 서있던 사이프러스 나무도 눈에 선할 정도로 인상깊었다. 그래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토스카나에 와봐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돌아올 정도로 토스카나는 내가 꼭 한 번 가고 싶은 곳이다. 그래서일까? '토스카나'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나인데 이 책의 제목인 '오늘의 토스카나 레시피' 글자를 보자마자 단숨에 책장을 넘기게 된 건 당연지사일지도 모른다.



      제과제빵을 배워 연회장에서 디저트를 준비하던 일을 하던 중 만나게 된 책 <앗 뜨거워>. 책을 읽던 중 '에너지 가득한 주방에서 치열하게 일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간절히 들게 된 저자는 20대 후반이라는 나이, 주위 사람들의 우려 및 만류에도 아랑곳 않고 미국 뉴욕의 요리 대학고 The CIA에 들어가기 위해 묵묵히 토플 공부를 하며 열두 달 치 월급도 차곡차곡 모아 1년 만에 꿈꾸던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물론 The CIA에 당당히 입학해서 그는 실전 경험을 쌓고 지금의 아내도 만나게 되는 행운을 거머쥐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맨해튼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 '델 포스토'에서 이탈리안 요리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결국 그는 6년간의 뉴욕생활을 접고 이탈리아어를 배워 이탈리아로 떠난다. 우여곡절 끝에 아내와 두 아이도 함께 이탈리아에서 생활하게 되었으며 같은 요리사 출신의 아내와 현재 시에나 지방에서 오늘도 요리사로서의 삶을 당당히 살아내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 요리를 통해 '본질을 잊지 말자'는 것을 크게 배웠다고 한다. 자로 잰 듯한 플레이팅도 아니요 비싼 재료로 만든 음식도 아니라 '매일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요리의 참모습임을 시에나의 주방에서 깨닫게 되었다는 권순환 셰프. 아울러 그는 없는 것을 갈망하거나 주변을 원망하는 대신 매일 곁에 있는 것에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끼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진정한 인생을 그곳에서 배운 셈이다.

      그가 좌충우돌하며 미국의 요리학교에 진학하는 과정, 그곳에서 이탈리아로 힘겹게 넘어가는 과정, 이탈리아의 다양한 음식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이탈리아에서 가장 보수적인 동네 시에나에서 이웃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어울려가는 4가족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시종일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이제 '토스카나' 하면 해바라기밭, 사이프러스나무, 글레디에이터 외에 이들 가족의 이야기도 함께 떠오를 것 같다. 아울러 그가 말하는 하루하루의 소중함 역시 굴비 꿰듯 줄줄이 떠오르며 내 입가에 미소를 가져다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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