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서 불안의 정서는 주인공 서원의 아빠 현수에게서 크게 두드러진다. 최현수는 살인을 저질렀다. 이 죄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막중하다. 사고로 일어난 이 살인은 현수가 세령호에서 살게 된 그 몇 주의 시간동안 그를 극한에 달하게 한다. 매일 밤 자신이 죽인 세령이의 목소리를 듣고 맨발로 바깥으로 나가 엉망진창이 되고 그 와중에도 서원이의 나이키 운동화를 지키려는 모습은 연민을 크게 불러일으킨다. 이는 살인으로 비롯되었지만 근본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입을 닫기로 한 현수의 선택에서도 비롯된다.
현수의 불안은 서원에 대한 집착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서원에 대한 집착에서 더 나아가 더 이상 아들에게 좋은 아빠, 좋은 가정을 만들어 줄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몇 주 간 그를 불안의 극한으로 이끈다. 즉 자신이 가진 모든 것, 현수를 잃을 것이란 불안감이 그를 엄습한다.
이러한 불안감은 작품 전반에 매개체인 오영제를 통해서 더 증폭된다. 오영제를 통한 대립관계의 형성은 상당한 긴장감을 이끌어 낸다. 매개체 오영제를 살펴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불안의 정점을 보여주는 최현수와 달리 오영제는 불안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인간이다. 이들 둘을 대비시킴으로써 현수의 심리상태를 더욱 극한으로 몰아넣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수의 불안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로서 치과의사가 쌓아올리는 구조물은 압도적이기 까지 하다. 그는 현수의 불안이 어디서 오는 지 이미 정확하게 파악하여 서원을 미끼로 삼아 굴리려고 한다. 그 계획은 무려 7년이나 계속된다.
이러한 소설의 불안의 정서를 더욱 돕는 것은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다. 적막한 세령호의 구체적인 모습과 시체가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생생하게 표현한 점은 등장인물들을 둘러싼 어둠 속의 불안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 하나의 불안은 최현수가 어릴 적 아버지 최상사로부터 겪은 트라우마로 인한 것이다. 이는 부지불식간에 가상의 존재 '용팔이'가 나타나게 하여 야구 유망주이던 자신을 망가뜨려 놓는다. 실체적인 위험이 없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지속적인 불안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는 앞서 말했던 살인 후에 겪게 되는 불안과는 종류가 다른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불안, 최현수의 불안을 통해서 독자의 불안을 일으키고 이러한 감정을 통해 장르소설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매우 강한 흡인력을 보여줬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서 결말 부분의 매듭풀기가 카타르시스로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하여 심판 대신 침묵을 선택함으로써 얻게 되는 불안, 만약 발각되었을 때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는 불안, 오영제를 마주했을 때 본능적으로 보여지는 불안, 이 모든 최현수를 둘러 싼 불안은 상실로 빚어지는 불안이라고 생각이 된다.
혹자는 불안은 인간이 발전하게 되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살인을 통해 평범한 인간이 겪게 되는 극한 카오스의 불안은 사람을 한계점까지 몰아내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 뿐인 것으로 보인다.
불안은 위험하고 위협적인 상황에서 느끼는 적응적인 정서반응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인상 깊은 장면은 한가지로 단정 짓기보다는 여러 가지로 찾아 볼 수 있다. 최현수와 오영제가 최현수의 경비실, 혹은 댐에서 마주하는 장면 장면마다 극한의 불안감이 조성된다. 오영제를 마주할 때마다 보이는 최현수의 반응에서 불안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불안은 극의 끝까지 극복되지는 못한다.
그러나 결국 최현수는 아들 서원을 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