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만화의 첫 회가 연재되었던 잡지는 다음호를 펴내지 못하고 사라졌고 2년 후 작가의 거주지인 프랑스에서 출간되었다. 한국에서 출간되기까지는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2019년은 모든 것이 변해버렸지만 작가의 어린시절 이야기 토막들은 잘 연결되어있다.
책의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해 나는 국민학교 이학년이었다.
국민학교 2학년인 민선은 뭐든지 잘하는 언니를 따라 가기 싫은 수영장을 억지로 다닌다. 증권으로 부동산으로 늘 바쁜 어머니가 똑똑해보여서 좋았지만 그게 늘 좋은 건 아니다. 엄마는 공부도 잘하고 수영을 잘하는 언니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바쁘고 민선은 학원 근처에서 매일 김밥 한줄을 사먹는다. 비가 올 때도 학교에 데리러 오지 않아 비를 맞으며 늘 혼자 들어가야했다.
학교에서 2학년 담임은 예쁘다는 이유로 희영을 계속 칭찬한다. 거기서 민선은 이상함을 느낀다. 지금 생각하면 희영이 부모가 담임에게 돈을 준 게 아닐까 싶지만 아이들은 권력 구조에 따라 칭찬 받는 희영이를 추종하게 된다. 희영은 곧 인기인이 된다.
운동장에서 피구를 할 때도 아이는 생각한다.
나는 아이들이 왜 피구를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모두 다 죽거나 다 죽여야만 끝나는데. 이게 재밌나?
그런 나날들이 반복되고 민선은 갑자기 누군가를 곤경에 빠트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면 어른들. 아줌마들.
'나쁜 것도 좋은 것도 그저 옷만 갈아입을 뿐.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옮겨다니며, 어찌나 끈질기게 살아남는지.'
아이의 시선으로 어른의 세계를 말하는 것은 무섭도록 정확하게 느껴졌다.
언젠가부터 창비의 만화책은 믿고 보는 것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