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 후 돌아보니 서두에 실린 한 미술평론가의 추천글이 책의 특성과 장점을 아주 잘 요약해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 미술이 "무엇보다도 미술이 산업화된 시대의 미술"이라는 현실에 착안하여, "그 사조와 미학의 전개"를 소개하는 데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나 제도, 관계 전문가들의 역할이나 역학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현미술의 틀 안에서 다채롭게 펼쳐지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여러 영역들의 모습을 개관"하는바, "매우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는 알찬 안내서"이다. 목차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나듯 작품, 작가, 사조 내적인 흐름이나 논리보다는, 미술시장과 큰손 컬렉터, 미술관, 비평계와 이론가, 큐레이터와 전시, 예술가와 관객 등에 두루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추출되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미술 저널리즘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저자가 쌓아온 지식과 길러온 통찰력을 곁들여 제공한다. 미술계 외부의 일반인들이 파악하기 어려운바 동시대 미술계 전반의 현장생리에 대한 대략적인 시선을 갖추게끔 돕는 안내서 역할을 십분 해내는 동시에, 책의 제목인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 저자 고유의 답변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방향으로 고민하게끔 사유를 고취해주기도 한다. 요컨대 저자 스스로의 말처럼 "가십"과 "견해"를 두루 제시하되, "견해는 말할 것도 없고, 가십거리도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라는 스탠스에서 쓰였다는 특성이 여실히 묻어나는 책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18세기 말 이후 미술사나 사조흐름 및 동시대 미술의 여러 작품과 경향을 잘 모르더라도, 양적인 부담감만 이겨낸다면 흥미롭게 읽어가면서 미술계 관련 정보에 대한 저자의 폭넓고 상세한 서술을 통해 현대미술이라는 분야에 대한 그림을 희미하게나마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의 토대가 된 저자의 과거 글들이 2015-17년 사이의 글들이어서인지, 8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계에 대한 정보 비중이 높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장점이라 여겨졌다. 작품이나 사조 내적 논리에 대한 논의 비중이 크지 않다보니, 역사적 평가가 분분할 수밖에 없는 동시대 미술에 대해 이론적 관점이나 틀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비교적 최신 정보나 담론들을 가벼운 통찰력이나 평가와 곁들여 제시하면서 동시대 미술계 현황에 대한 감각을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키워주는 효과가 있다. 오랜 기간 미술 저널리즘에서 활동한 저자의 글솜씨가 원체 탁월한 탓인지 역자의 번역실력이 준수한 탓인지 둘 다인지, 다채로운 어휘를 구사하면서도(읽으면서 사전을 검색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난해하거나 지저분하지 않고 유려하게 읽히게끔 만드는 문장력 역시, 이 책을 단순한 정보매체로서가 아니라 읽고 즐길 수 있는 텍스트로 꼴짓는 데에 일조하는 장점이다. 미술서적임에도 도판이 흑백인 점은 아쉬운 사항일 수 있으나, 전술하였듯 미술사나 사조가 책의 구심점은 아니라는 특성상 사소한 성격의 단점이라 생각한다. 정 아쉬우면 정윤아, "미술시장의 유혹"; 켈리 그로비에, "현대미술강의"; 피터 칼브, "1980년대 이후 현대미술" 정도를 함께 일독하길 추천해본다. 개인적으로는 그 책들을 읽어놓은 경험이 이 책을 읽고 즐기며 더 풍부하게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반면 긴 기간 연재되었던 글들을 추려 단행본으로 엮어낸 데에서 기인하는바 통일적인 모양새가 좀 떨어진다는 느낌은 좀 더 유의미한 단점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