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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paysment님의 서재
  • 현대철학
  • 앤서니 케니
  • 31,500원 (10%1,750)
  • 2013-12-30
  • : 852

 다뤄지는 시대의 특징으로 인해 전권들에 비해 포괄성 및 논쟁적 대비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시리즈 고유의 구조가 단점을 자연스레 보강해준 권이었다. 저자의 철학적 배경과 성향으로 인해 대륙철학과 분석철학의 비중차가 뚜렷하고, 개별 철학자들 간의 이론적, 논쟁적 대비점을 명시한 부분도 전권들에 비해 적은 편이다. 반면 통상적인 철학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케니 고유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강도는 더 강해졌다. 이에 대륙철학이든 분석철학이든 현대철학에 배경지식이 없는 초심자로서는 전반적, 맥락적으로 선명하거나 탄탄한 그림을 얻기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이는 저자의 저술실력에 기인하는 게 아니라 다뤄지는 시대의 특수성에 기인하는바 책 외적인 단점이라 생각한다. 이전 시대에 비해 더할 나위 없이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전개된 20세기 철학에 대해, 현저한 다수가 무리 없이 받아들일 법한 철학사적 평가가 우리 시점에서도 아직 만족스럽게 내려지지 않은 마당에, 이 책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은 케니가 학문적으로 활동하며 성장해가던 시기엔 그가 함께 흘러갈 수밖에 없었던 동시대의 사유 흐름들이었다. 이러니 전권들의 머리말에서 느껴지던 견실한 기백과 달리 이번 권의 머리말에서 케니가 인물 및 사조의 선별과 관련하여 변명조로 주저스러움을 내비친 것은 철학사가로서 솔직하고 투명한 태도였다 여겨진다. 현대철학 파트에서 서술 및 내용의 견고함이나 포괄성이 아쉽다는 점은 여타 철학사 서적들에서도 심심찮게 드러나는 단점이니, 이 책을 선택지에서 제외시킬 이유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려 여타 철학사 서적들과 달리 이러한 내용상의 단점을 이 책 고유의 구조를 통해 상쇄해냈다는 점은 이 책을 선택할 이유를 하나라도 더해준다. 1권에서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역사별/주제별 서술방식의 병행을 통해, 파편성과 비맥락성을 조금이라도 희석하면서 현대철학에서 기초적이고 교과서적인 사안들을 최대한 평이하게 전달하는 데에는 분명 성공하고 있다. 

 여하간, 4권까지 끈기있게 읽고 난 뒤 지적인 갈증을 느끼고 더 도전해볼 지적 체력도 남는다면, 대륙철학이든 분석철학이든 각 전통을 배타적으로 다루는 여타 현대철학 단행본들로 보완하는 편이 좋겠다. 1-3권과 다른 역자가 번역해서 번역에 조금 걱정을 했었는데, 전권들에 비해 딱히 더 못한 번역이라는 느낌은 전연 들지 않았다. 기등록된 평에 프레게 파트에 오역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원문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프레게에 대해 아는 배경지식에 비추었을 때는 (프레게의 'Bedeutung'에 대해 케니가 선택한 영단어 'reference'를 '언급'으로 번역한 것 말고는) 그다지 이상하거나 명백하게 잘못 기술된 부분은 없다고 여겨졌다. 프레게 사유에 숙달해 있으면서 이 책의 원서를 읽은 독자의 좀 더 구체적인 지적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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