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개념의 발전사를 평이하고 흥미로우면서도 학술적으로 내실있게 풀어나가는 탁월한 교양서이다. 원시적인 수 감각과 더불어 시작되는 자연수에서부터 허수와 초한수에 이르기까지, 수 개념이 발전해온 과정을 대략 역사순으로 기술하되, 저자가 염두에 둔 서술구도 내에서 수학의 특정 분야, 이론, 개념 등과 연관지어 논리적, 이론적 발전 양상에 관한 이야기도 곁들이다보니, 수학적 사건들이 백과사전적으로 무미건조하게 나열된 여타 통상적인 수학사 책들보다 더 흥미롭게 읽히고 읽는 피로감도 훨씬 적다. 그러면서도 피상적이거나 깊이감 없는 에피소드적 내용들만 보기 좋게 꾸며붙이는 식이 아니라, 논의와 얽힌 개념이나 이론들을 비형식적이고 덜 전문적인 수준에서 최대한 내실있게 해설하면서 진지한 사고거리들을 지속적으로 환기하기에, 학술적으로도 견실하고 신뢰감이 가는 교양서로서의 면모가 십분 두드러진다. 수학적 대상의 존재성, 수학적 발전에서 기호체계의 의의, 대수학적 원리에 입각한 수 개념의 확장 양상, 해석학의 토대 문제와 그 산술화, 실수와 연속체에 대한 엄밀한 정의, 무한개념에 대한 관점 등, 주제의 특성상 부수적으로 수학철학 및 수학기초론과 연관되는 사안들을 평이한 언어로 해설하고 있으니 해당 분야에 관심하는 사람에게도 일익이 있다. (푸앵까레를 사사했다는 저자 이력을 증거삼아 짐작해 보았는데, 책 전반에 걸쳐 수학적 귀납법의 인식론적 우위성이나 무한절차에 대한 구성적 제한에 방점을 두는 등 브라우어 이전 초기 형태의 직관주의적 사고방식이 종종 드러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렇듯 쉽고 재미있게 읽어가면서 생소한 분야의 지식에도 자연스럽게 친숙해질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교양서이다. 이과계열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대학생 정도의 교양수준을 갖추고 있다면 충분히 읽어나갈 수 있으며, 독서역량을 다소 갖추고 있다면 고등학생 연령도 소화해낼 수 있겠다. 비슷한 주제를 일부 다루는 책으로 아다치 노리오의 "무한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가 읽는 내내 떠올랐는데, 그 책보다 더 상세하고 폭넓은 시각에서 서술되어 있어 그 책의 확장판을 읽는 느낌이었다. 양적으로도 넉넉하고 질적으로도 우수하니 구매소장하여 여러번 재독하기에 손색없는 저서로서 적극 추천하고싶다.
한 해 전 큰 관심을 두지는 않은 채 그저 한 번쯤 들춰볼 만한 수학교양서겠거니 정도로만 생각하면서 구매계획 목록에 적어두고는 이내 기억에서 잊혔다. 여름 이후로는 오랜만에 지난 주말 알라딘 중고매장을 구경갔다가 이 책을 발견하자 목록에 넣어뒀던 책임을 바로 알아차렸다. 초반부를 심드렁히 일별하다가 금세 내용에 매료되어 일말의 고민도 없이 구매한 뒤 핸드폰에 적어둔 목록에서 한 줄을 지웠다. 집으로 돌아와 그 주까지 읽기로 마음먹은 책을 다 읽어내고는 곧잘 이 책을 펼쳐들어 탐독했다. 예상치 못한 양질의 저서를 우연히 발견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