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1
depaysment님의 서재
273-8쪽
depaysment  2024/12/29 21:22

(15장, 구문론으로의 도정, ‘단일언어 프로젝트’ 절 중)

 

이 글[「보편적인 공리적 방법에 관한 탐구Untersuchungen zur allgemeinen Axiomatik」]의 목적은, Hilbert의 메타수학에서 증명론 및 모형론의 기초적인 개념들을 유형-이론적 언어type-theoretic language 내에서 형식적으로 해명하되, 단 여기서 고려중인 언어가 대상언어object language라는 표준적인 가정을 제거한 채로 이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라 묘사해볼 수 있다. 사실상 Carnap의 목표는, 당시 메타수학 분야에서 증가하고 있던 경향으로서 기초론적 논의에 대한 Hilbert식의 두 층위 언어적 접근two-language approach에 반대하여, Russell식의 단일언어적monolinguistic 접근을 취하는 것이었다. (273-4)

 

(中略)

 

Carnap이 「탐구」를 쓴 직접적인 계기는 Fraenkel의 『입문』 [『집합론 입문Einleitung in die Mengenlehre』]에 있는 구절로서, 거기서 Fraenkel은 당시 메타수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들 중 하나였던 완전성completeness 개념이 지닌 애매함을 논의한다. 논문의 18절에서 Fraenkel은 공리체계axiom system(이후 AS로 약칭)와 관련하여 명백히 다른 세 가지의 완전성 개념을 도입한다. (274)

 

(中略)

 

다음으로 Carnap은 동형성isomorphism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가장 단순한 경우로서 동일한 유형에 속하는 두 관계 P와 Q에 대해, 동형(P, Q)isom(P, Q)라는 관계는 PMPrincipia Mathematica에서와 동일하게 정의된다. 거기서 이 개념은 할당되는 유형과 무관하게 임의의 관계체계들 간의 관계들로까지 정교하게 확장된다. 이러한 동형성 개념을 활용하여 Carnap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종류의 공리들(혹은 AS들) 간의 구분을 도입한다: 바로 형식적formal 공리와 실질적material 공리로서, 전자는 하나의 모형model과 동형적인 모든 구조structure들 역시 그 모형으로 갖는 공리이며, 후자는 형식적이지 않은 공리이다. Carnap이 이러한 구분을 도입하는 요점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장들로 이뤄진 특정 공리체계 T를 생각해보자: 세 개의 R-항들R-terms이 존재하는데, 각 항은 관계 R 내의 여타 두 항을 나타내며, R은 反반사적irreflexive이다. 직관적으로 우리는 T가 Fraenkel이 말한 의미에서 불가분기적(分岐的)nonramifiable이라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T는 R의 “형식form”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소하게 우리는 T를 무한하게 많은 공리들로 “분기ramify”시킬 수 있다. 가령 ‘수 20은 하나의 R-항이다’와 같이 그것 자체와 그 부정문 모두 T와 일관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 공리들로 분기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그런 분기화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측면은, (우리가 말하듯이) 非논리적 원초용어nonlogical primitive들에 대한 (부분적인) 해석interpretation을 제공하는 것이거나, 혹은 (Carnap이 말하듯이) R의 특성 및 그 항들의 본성에 관해 무언가를 주장하는 것이다. R의 “형식”에만 관계하는 주장들로 국한할 경우 T의 그 어떤 분기화도 가능하지 않으며, 이러한 직관이 바로 Carnap이 형식과 내용 간의 대비를 설명함으로써 포착하고자 했던 바이다.

이로써 Carnap은 Fraenkel이 제시한바 복수의 완전성 개념들을 해명해낼 채비를 갖추게 된다. 먼저 Carnap은 Fraenkel이 두 번째로 제시한 불가분기성nonramifiability(nichtgabelbarkeit)에서 시작한다. 우선, g(R)과 —g(R)이 각각 모순 없이 f(R)에 결합될 수 있을 경우(즉 f(R)&g(R)과 f(R)&―g(R) 모두가 일관적consistent일 경우), 공리체계 f(R)은 g(R)로 분기될 수 있다. 모든 형식적 공리 g(R)에 대해 AS가 g(R)로 분기될 수 없을 경우, 그 AS는 불가분기적(nicht-gabelbar)이다.

Freankel의 세 번째 완전성 개념(Carnap의 “단형적(單形的)(일형적)monomorphic”. Huntington의 “충분한sufficient”, Veblen의 “정언적categorical”, Fraenkel과 Weyl의 “완전한”)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한 AS는 그 모든 모형들이 동형적일 경우 단형적이다.

다음으로 Carnap은 상기 두 완전성 개념 간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E)(f&g)일 경우 f는 g와 양립가능compatible(verträglich)하며, 그 연언이 非일관적일 경우 즉 (Eh)((f&g)→(h&―h))일 경우 양립불가능incompatible(unverträglich)하다. 이어서 그는 ‘f와 g는 양립 가능하다’가 ‘f&g는 만족된다satisfied’, ‘f&g는 일관적이다’, ‘―g는 f의 귀결consequence이 아니다’ 등과 동치임을 증명한다. 또한 f와 g가 양립가능하다면, f는 만족된다. f와 g의 양립불가능성은 f&g의 비일관성 내지 공허성emptiness과 동치이며, f로부터 ―g가 따라나온다follow는 주장과 동치이다(「탐구」, 80b쪽).

f(R)이 g(R)로 분기가능하다는 말은, g가 형식적이고 f&g 및 f&―g가 만족가능하다satisfiable는 말과 동치이며, 또한 g가 형식적이고 g와 ―g 그 어느 쪽도 f의 귀결이 아니라는 말과도 동치이다(80b-81a쪽). Carnap은 ‘다형적(多形的)polimorphic’과 ‘분기가능한’이 동등한 개념이라고 결론내린다.1)


1) Tarski는 「연역이론의 표현수단이 지닌 한계에 관하여On the Limitation of the Means of Expression of Deductive Theories」(1935, LSM[『논리학, 의미론, 메타수학Logic, Semantics, Metamathematics』])에서 모든 정언적 공리체계가 불가분기적임을 증명했다. 그 논문의 註 1에서(384쪽) 밝히길 이 정리는 1927년에 발표되었으며 그 결과는 “Abraham Fraenkel의 〔『입문』〕 352쪽의 각주3에서 언급되었다”고 Tarski는 진술한다. 혹여 Carnap이 이미 알려져 있던 결과를 그저 되풀이한 데 지나지 않는다고 독자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Fraenkel의 각주에서 이와 연관된 부분으로서 완전성에 관한 당시의 수학적 연구에 관해 언급하는 대목을 여기 인용해둔다: “이에 관해서는 가령 Dubislav 및 … Carnap … 등을 보라(뿐만 아니라 이 저자들의 더욱 깊이 있지만 미출간된 저술들 및 A. Tarski의 저술 역시 참조할 것).” 여기서 Carnap의 “미출간 저술”이란 아마 「탐구」를 가리킬 것인바, Fraenkel은 그 원고를 읽은 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Carnap은 Fraenkel의 첫 번째 완전성 개념인 결정가능성decidability 개념을 설명한다. 공리체계 f(R)가 만족되고 모든 형식적 g(R)에 대해 그것 자체나 그 부정이 f(R)의 귀결일 경우, f(R)은 (a-)결정가능(a-)decidable(entscheidungsdefinit)하다. 이에 대응하는 c-개념은, 모든 g(R)에 대해 “각각의 경우 그 귀결이 정립될 수 있는 절차가 제시될 수 있다”고 진술한다(「탐구」, 95b쪽).

이러한 설명들을 고려해보건대 Carnap은 결정가능성 개념이 불필요한(잉여적인) 것이라 주장하였다. 왜냐하면 a-결정가능성은 앞선 두 가지 완전성 개념과 동치이며, c-결정가능성 개념은 공허한 개념으로 남을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Carnap이 이 마지막 주장을 견지한 이유는, 임의의 AS의 c-결정가능성은 PM에서 구현된 바대로의 수학 전체가 지닌 c-결정가능성과 동치임이 보여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완전성 개념을 해명한다는 목표는 이러한 탐구를 통해 달성된다. (277-8)



cf) 어떤 공리정식들 집합에 포한된 논리외적 기호에 대해 두 가지 종류의 서로 다른 해석이 모두 참을 산출하고, 이런 해석 하에서 정식에 따라 기술된 사물의 체계가 공리체계에 있는 모든 항목item에 대해 다른 체계의 항목이 유일하게 대응되도록 서로 관계한다면, 그 두 해석은 동형적isomorphic이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한 특정 공리적식들 집합에 대한 가능한 (때로는 모형model이라 불리는) 해석의 모든 결과가 서로 동형적이라면, 공리들 집합은 정언적categorical 내지 일형적monomorphic이라 불린다. 이러한 개념은 1887년 데데킨트에게는 익숙했다. 다만 ‘정언적’이라는 명칭은 논리학자 듀이의 제안에 따라 1904년 베블런이 도입했다. 아마도 베블런과 듀이는 정언적 명제와 선언적 명제의 대비를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 그러나 본디 ‘정언적’이란 ‘비선언적non-disjunctive’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서술적predicative’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그 단어는 여타 맥락에서 과다하게 사용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공리들의 일형적 집합과 다형적 집합을 구분한 카르납을 따르는 편이 더 좋을 듯하다.

일형적 공리집합은 암묵적 정의 프로그램을 완전하게 수행해낸다. 왜냐하면 암묵적 정의에 나타나는 정식을 서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런 해석들은 모두 동일한 논리적 구조를 지니고 따라서 순수하게 형식적인 기준들로는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공리집합이 일형적이라면, 동일한 기호법으로 좀 더 많은 공리를 부가함으로써 그 정식에 있는 논리외적 기호들의 의미를 더욱 상세하게 만들려는 시도는 쓸데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떤 정식을 선택하든지, 그 정식이나 그 공리정식들의 부정은 이미 그것을 허용하는 모든 해석 하에서 참이라는 의미에서 그 공리정식들의 귀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일형적 공리집합이 어떤 식으로도 결코 유용하게 확장될 수 없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다른 기하학의 예를 생각해보면 매우 분명하게 알 수 있듯이, 일형성monomorphism은 항상 어떤 원초primitive개념이라는 도구에 대해 상대적이다.

 

- W. and M. Kneale, 『논리학의 역사 2』, 박우석 外 譯, 한길사, 2015, 24-5쪽.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